2002 광주국제영화제를 생각하다
2002 광주국제영화제를 생각하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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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이맘때인 것 같다.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의 조직과 운영상의 부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본지를 통해서 읽었던 것이 일년 전 이맘때 일이다. 그런 우려를 입증이라도 하듯 작년의 영상축제는 개최 일정과 운영에 차질을 빚었고 홍보 부족으로 인한 관심과 참여는 저조했다. 지역의 영상산업과 영상문화 발전에 힘이 되는 영화제가 되길 바라는 영상인과 광주시민의 여전한 바램을 바탕으로(?) 두 번째의 '광주' '국제' 영화제가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한다.

올해의 예산은 작년의 두 배로 증가했다니 운영과 행사 진행이 작년 수준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도 걸어본다. 올해 프로그램 중 영화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감독의 작품과 세계적인 신예 감독의 작품을 통해 영화 흐름을 읽어보는 일도 영화인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발빠르게 선보이는 언론과 길거리 홍보도 어디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작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 보인다.

올해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려는 듯 청춘 스타를 홍보대사로 선정하고 대중가수들도 불러 도청 앞에서 개막식도 참으로 볼만하게 할 계획이란다. 그런데, 광주에 살고 있는 글쓴이는 마치 자신감을 드러내듯 명칭도 바뀐 2002 광주국제영화제가 여전히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본다.

국내에서 치러지고 있는 '국제'라는 이름의 영화제는 광주를 포함하여 네 개에 이른다. 넓지 않은 남한 땅에서 국제적인 성격의 영화제가 부산말고도 부천, 전주에서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한 현상의 표면적인 이유로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영화 관람을 들지만, 정작 중요한 이유는 해당 지역의 영상산업 육성과 발전에 있는 것이다.

즉, 좋은 영화작품을 내 지역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이유말고도 영화제는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의 영화를 포함한 영상문화 발전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환기와 영상산업 육성을 이끄는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전국적으로 보아 광주가 다양한 문화행사에서 소외되어 왔기에 이제는 국제라는 이름의 번듯한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광주시민들이 영화를 포함 영상교육을 접할 기회의 증가와 영상전문인력의 양성, 그리고 독립영화 제작 단체에 대한 지원 등의 환경 발전이 이루어질 때, 영화제는 그러한 지역시민의 힘과 탄력을 받아 지속적인 행사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광주지역에는 작은 수이나마 영상 미디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지역적이면서 전지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영상인력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들의 제작을 지원하고 작품을 상영하고 배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구체적인 마련은 광주지역 창작자와 수용자를 증가시킬 것이고 종국에는 그 힘이 영화제로 몰릴 것이다. 그래서 바라는 것 하나는 광주국제영화제 예산의 일부분을 비축하여 지역의 영상문화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대중들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가수들의 초청 - 기왕이면 대중가수도 영화음악과 관련하여 선정한다면 영화제 성격도 살아날 것을 - 은 일시적이고 전국적인 홍보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역의 영상문화와 산업을 튼실하게 키우는 토양이 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충실한 홍보를 하는 것도 빠뜨려서는 안될 일이다.

예를 들어, 광주 전남지역의 대학교에 영상관련 과목이 한 개라도 개설된 학과가 있다면 마땅히 상세한 안내와 협조문을 발송하여 젊은이들의 영상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교육과 창작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2002 광주국제영화제가 보여주기식 행사로 갈 것인지, 아니면 광주지역의 영상문화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으로 쓰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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