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의 단상
문화도시의 단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의 제반 영역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에서 특히 문화영역은 그 정도가 과도하다. 이 집적의 결과는 결국 문화에 중심부와 주변부를 형성시키면서 지역문화를 점차 변방화 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이라는 '문화제국'에는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나눌 빵이 많고 전문성이 잘 호환되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판의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각 문화주체들의 혈투가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내공과 경쟁력은 나날이 향상된다. 시장의 과도한 집중화가 오히려 전문성과 교환가치를 높여주고 문화독점을 강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첨단의 정보화 시대이고 전국이 단일생활권으로 묶여져 있지만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서울과 지역의 격차가 존재하며 극복해야할 문화지형도이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

최근 '시민의 날' 행사와 관련하여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11월 1일 행사를 주관할 기획사를 선정하는 회의였는데 광주와 서울의 6개 업체가 참여하였다. 심사과정에서도 느꼈지만 서울 기획사들의 행사기획안이나 프리젠테이션 기법은 지역의 기획사보다 화려해 보였다. 기능적으로 분리된 전문인력과 풍부한 행사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노하우, 유려한 설명 등이 돋보였으며 결국 서울의 S기획사가 선정되었다. 지난 월드컵 문화행사도 서울 대기업의 G기획사가 행사를 기획하였다.

좋은 기획안을 제출한 업체가 공정한 경쟁방식을 통해 선정되었다는 결과에 대해 이론(異論)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공모 방식으로 행사주관 기획사를 선정한다면 과연 지역의 기획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우려되었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측이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문화역량과 관련하여 기획사들의 인력과 조직적 경험들 또한 고려해야한다는 고민들은 시장의 게임 법칙을 위배하는 것일까? 만일 공모과정부터 서울의 기획사는 지역업체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제한하면 공정거래행위에 위배될까? 광주시의 적극적인 문화행정과 지혜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지역문화집단 육성에 관심을

얼마전 광주에도 '미디어센터'가 생겼다. 서울의 '미디어센터'와 같은 규모나 인력을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광화문 한복판에 60억의 예산으로 건립되어 영상전문가들에게 위탁된 현대식 건물은 떠올리지 말아야 한다. 오죽했으면 '광주미디어센터'라는 보도자료를 보고 찾아온 방송국에서 작은 사무실 규모와 장비를 보고 취재거리가 안 된다고 판단했을까.

한편 구 KBS 건물을 활용한 '광주영상예술센터'의 위탁기관이 새로 출범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조만간 개소식도 할 모양이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위탁기관의 담당자들이 본래 취지의 '영상예술센터' 기능을 잘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는지 의문스럽다.

광주시는 '영상예술센터'를 영상인들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문화산업과 연관한 벤처기업도 육성하고 문화적 공공성을 확산하는 시설로서 계획하였다. 그렇다면 영상예술센터를 향후 광주영상문화의 메카로 삼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유로이 향유하며 열정을 쏟아낼 지역영상인들이, 구체적으로는 또 서울과 비교되는 '광주미디어센터'가 광주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로 함께 자리해야한다.

문화인프라 시설의 건립과 운영이 자치단체의 고유한 영역이라 하지만 이제는 시설과 건물 등과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만큼 문화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전문인력 육성에 관련된 소프트웨어 내지 컨텐츠에도 집중되어야 한다. 결국 광주문화도시 만들기의 비젼은 다양한 문화집단의 전문성을 키워내는 광주시의 장기적 지원과 연대의 확산에서 창출된다. 곧 이것은 전문 문화인력에 대한 관심과 배려, 실질적인 육성책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운동의 조직적 확산과 함께 광주시 문화행정의 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