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달라도 형식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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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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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부산 비엔날레 비교

지난 14일 부산비엔날레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문화에서 문화로(Culture meets Culture)'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 87년부터 열린 바다미술제와 지역의 여러 미술행사 등이 합쳐져 올해 첫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비엔날레 전시는 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로 구분된다. 국내외 작가 126명이 참여한 현대미술전은 '부산'을 다양한 프리즘을 펼쳐놓았다. 도시·현대적 삶 속의 욕망과 편린을 심도있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미술전이 부산을 보여줬다면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바다미술제는 부산의 상징인 '바다'를 껴안고 있다. 단순히 대형의 조형물을 해변에 전시하는 차원을 넘어 해양환경에 걸맞는 설치미술양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드주경기장 일대와 올림픽동산에서 열리는 부산조각프로젝트는 '아시아'로 넓혀진다. 부산아시안게임과 더불어 40억 아시아인들이 하나된다는 취지에서 마련되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예산 조달, 전문가 참여 조율 등 근심거리도 "판박이"

67일동안 부산을 뜨겁게 할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아시안게임과 더불어 부산시민들의 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광주 시민들이 '부산비엔날레'를 궁금해 하고 있다. 이들은 '광주비엔날레'와의 차이를 알고 싶어한다.

문화관광부 예술진흥과 관계자는 "2년마다 한번씩 열린다는 뜻의 '비엔날레' 명칭만 동일할 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다"고 밝혔다.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에 모두 참여한 정연두 작가도 "광주 작품에서 로맨틱한 면을 강조했다면, 부산 작품에선 네가티브를 강조했다"며 작품에 반영한 각 도시의 특성은 분명 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 비엔날레는 흡사한 부분도 많다.
현대미술전에선 보는 그림보다 체험하는 작품이 많다. 전시벽면에 걸린 작품보다 로비에서, 창문 위에서 느닷없이 만나는 작품이 많다. 또 작품 중 관람객이 참여하는 데생실기대회 작품으로 전시실을 계속 채우는 작품도 있다.

바다미술제와 부산조각프로젝트는 4회 광주비엔날레의 3·4 프로젝트처럼 미술관 밖을 뛰쳐나온 전시다. 바다라는 트인 공간에서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으며 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 생활과 어울린 환경·공공 미술의 진전된 실례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광주처럼 관람료도 없다.

이 외에도 토·일요일 공휴일, 춤 음악 마임 전통예술 등으로 꾸미는 상설공연이나 청소년야외음악회 등의 부대행사, 뿐만 아니라 부산 곳곳에서 열리는 행위미술 행사인 '퍼포먼스 인 부산' 등도 광주비엔날레와 큰 차이가 없다.

"내실 갖추는 것이 중요" 시민들 적극적 참여가 관건

각 지역이 비엔날레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도 닮았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뒤를 밟을까. 첫 행사를 국비와 시비 총 40억원을 들이게 될 부산비엔날레는 이후 기금 마련 조성이 우선 과제다. 또, 부산광역시장이 사단법인 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직구조는 전문가와 관료들의 의견 조율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 8월 광주비엔날레 시민토론회에서 제기된 강한 비판은 부산의 걱정이기도 하다. 부산비엔날레 윤상훈 홍보팀장은 "다양한 공모전과 기회를 통해 지역작가들을 육성하는 것과 시민들의 참여 폭을 넓히는 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비엔날레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2004년을 걱정한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특수를 노릴 수 있던 올해와는 달리 2년 후엔 각 지역만의 특수성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두 비엔날레에 모두 참여한 배영환 작가는 "숫자보다는 그 내용이 얼만큼 내실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제시했다."좀 더 주체적으로 지역 이름을 앞세우는 것인만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비엔날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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