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가난해졌어요.”
“우리 집이 가난해졌어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24.03.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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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우리 집이 가난해졌다고 소리쳤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물가가 너무 올라 그만큼 가난해졌다는 말이었다. 물가라는 것이 수요 공급에 따라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는 것이고, 지금껏 그래왔다.

그걸 가지고 가난해졌다고 하는 것은 과장이랴 싶지만 듣고 보니 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물가는 시장 원리에 의한 미세 조정 정도가 아니라 폭등이어서 감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수입은 고정되어 있는데 물가는 자고 나면 오르고 있어서 흡사 달아나는 물가 뒤를 힘들게 쫓아가는 느낌이다. 가끔 외식이랍시고 아내와 함께 가는 메밀국수 집에서도 9천원 하던 국수 한 그릇을 1만1천원으로 가격표를 바꾸었다.

얼마 전 식당 주인이 3월 중에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해서 설마 그 정도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2천원이나 인상해 버린 것이다. 내 추리로는 올리기 전의 가격대로도 충분히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나도 이제 그 식당에 가는 횟수를 줄일 참이다.

생활 물가가 폭등하고 있어서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식료품(특히 과일) 비용이 증가하면서 나 같은 중산층(?)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옛날 많은 사람이 가난하게 살던 시절 궁핍한 생활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입으로 남겨야 한다’라는 말을 곧잘 들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과 엇비슷하다고 할까. 돈을 절약하다 못해 마지막으로 입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줄이거나 값싼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그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실제로 나는 생수 구매를 끊고 수돗물을 끓여 먹기로 했다.

되어가는 꼴을 보니 먹고 사는 것을 정치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애저녁에 그른 것 같고 각자도생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모르긴 하지만 요즘의 물가 폭등은 원화 가치의 추락, 생산비, 물류비, 인건비의 증가 등 어쩔 수 없는 요인이 있다는 것을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남들이 올리니까 나도 올린다는 심리적 동조 현상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령 내가 식당을 하는데 ‘나만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님들이 가격 대비 값이 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 식당은 후지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덩달아 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상황도 꽤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이럴 때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 제어도 어느 정도는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정권에서 어느 치킨 회사가 가격을 올리자 정부가 도끼눈을 뜨고 압력을 가하자 원래 가격으로 되돌린 일도 있었다.

물론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맞긴 하지만 물가 폭등의 대세에 휩쓸려 너도나도 물건값을 올리는 현상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고로 정치는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첫째다. 지금의 물가를 놓고 볼 때 비상 상황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내가 지금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계를 빠듯하게 꾸려가고 있다. 이 상태의 연속은 곤란하다. 나처럼 직장을 은퇴한 사람들에게 물가 폭등은 일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선거철을 맞이해서 각 당, 각 후보가 별의별 공약을 내세우는데, 그 공약들이 진정성을 증거하려면 국회의원 연봉을 내리겠다는 약속부터 먼저 할 일이다. 이렇게 물가가 폭등할 때는 국회의원이 누리는 기득권부터 내려놓는 행동을 보여 줘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국회의원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고 여기고 있다.

정부 발표 물가는 생활 물가와는 거리가 있다. 물가 산정 대상 품목은 생산자물가 884개 품목, 소비자물가 489개 품목을 조사해서 발표하므로 장바구니에 담는 사과, 오이, 미나리, 돼지고기, 바나나 같은 크게 오른 식료품 물가 체감지수가 많이 희석된다. 장바구니에 담는 물가 상승은 50퍼센트 이상으로 느껴지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3퍼센트를 조금 넘는다.

물가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적 불만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정치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미에서는 우윳값이 50원만 올라도 주부들이 거리로 떼 지어 나와 시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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