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70회]-이순신을 추앙한 도고 헤이하치로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70회]-이순신을 추앙한 도고 헤이하치로
  •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04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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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은 일본이 한국의 진해만을 점령하면서 시작되었다. 1904년 2월 4일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을 결정했다.
5일에 일본은 러시아와 국교를 단절했고, 2월 6일 아침에 나가사키 근처의 사세보 군항에서 연합함대의 제1전함대와 제2전함대가 중국 뤼순으로 출발했다.

사진 도고 헤이하치로 (충무공 이야기 전시실)
도고 헤이하치로 (충무공 이야기 전시실)

제3전함대와 제7전함대도 대마도의 다케시키 항을 출발하여 2월6일 저녁 무렵에 진해만을 점령했다. 이어서 육전대가 상륙하여 마산의 전신국을 점령했다. 이것이 일본의 대한제국 첫 침략이었다.
(와다 하루키 저 · 이경희 역, 러일전쟁과 대한제국, 2011, p 59-60)

1904년 2월 8일 밤,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끄는 일본 해군은 중국 여순항에 있는 러시아 극동 함대를 기습공격했다. 이날 우류 소토치키의 일본 함대 14척은 제물포에 정박한 두 척의 러시아 전함에 대해서도 기습공격했다. 오후 4시경 카레예츠호가 자폭하였고, 6시경 바라크 호가 침몰하였다.

이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1905년 5월 27일과 28일의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 연합함대가 러시아 발트함대를 격파했다.

러시아는 총 37척 가운데 19척이 격침되고, 7척이 나포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함정은 3척뿐이었다. 인명 피해도 커서 전사자가 4886명에 달하고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을 포함하여 6,106명이 포로로 잡혔다. 반면 일본은 어뢰정 3척을 잃고 전사 117명, 부상 583명이란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일본은 5월 27일을 ‘해군 기념일’로 정했다.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 1848∽1934)는 일약 전쟁 영웅이 되었다. 쓰시마 해전 직후 영국 언론은 도고를 ‘동양의 넬슨’으로 보도하여 도고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913년에 도고는 원수에 올랐으며, 동궁(후일 쇼와 천황) 학문소(東宮學問所) 총재를 하면서 군신으로 신격화되어 갔다.

1926년 11월 8일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도고를 표지 인물로 실었다. 일본인 최초였다.

1929년에 일제는 경남 진해시 제황산 90m 정상(지금의 진해 박물관 자리)에 ‘러일전쟁 승전 기념탑’을 세웠다. (대한민국은 1967년에 이 탑을 헐고 진해탑을 세웠다)

1934년에 도고가 87세로 사망하자 국장(國葬)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이 때 한 초등학생이 '도고 원수인데 죽느냐?'라고 한 말이 신문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도고는 일본 사람들에게 불사조로 각인된 것이다.

1940년에 도쿄 도심 하라주쿠에 도고 신사(약 1만2000평)가 세워졌다.
그의 고향인 가고시마에도 동상이 세워졌다.

한편 도고 헤이하치로는 이순신을 추앙했다. 그 발단은 1964년 일본 잡지(일 ·한 ·중 3국 인민연대의 역사와 이론)에 실린 짤막한 기사 때문이었다.

“도고가 쓰시마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개선한 후 개최한 축하 석상에서 어떤 사람이 아첨하면서 말했다. ‘이번 대승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것이다.
바로 트라팔카 해전에서 나폴레옹을 패배시킨 넬슨 제독과 필적 할 수 있는 귀하는 군신(軍神)이다.’

도고는 이에 답했다.
‘칭찬해주어 감사하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넬슨은 군신이 아니다. 정말 군신은 제독 이순신이다. 이순신에 비하면 나는 하사관에도 미치지 못한다.’”(이종각 지음, 일본인과 이순신, 이상미디어, 2018, p 110-118)

이 일화는 서울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있는 '충무공 이야기' 전시실에서도 볼 수 있다.

“칭찬을 받아서 고마우나 나로서 말한다면 넬슨은 군신이 아니다. 진정으로 군신의 칭호를 받을 만한 제독이 있다면 그는 이순신일 것이다.

한편 북한 도서교육도서출판사에서 펴낸 『조선의 력사인물 2』에는 ‘바다 싸움의 명장 리순신’이 수록되어 있다. ( 위 책, p198-213)

이 글 마지막 부분에 도고 헤이하치로가 나온다.

“ 1905년 로일전쟁 당시 로씨야의 빨뜨함대를 격파한 일본의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찌로는 <전승기념연회>에서 ‘당신이야말로 트라팔카 해전에서 연합함대를 격파한 영국의 해군 제독 넬슨을 능가하는 군신’이라고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넬슨은 군신이 될 만한 가치가 없다. 진짜 군신이라고 말할 만한 사람은 조선의 리순신 장군이다. 나는 그에 비하면 그의 하사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리순신은 세상 사람들을 크게 놀래운 바다 싸움의 명장이었다.”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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