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니 축구판도 ‘쌈박질’,그러니 4강전서 무릎 꾾지
정치 아니 축구판도 ‘쌈박질’,그러니 4강전서 무릎 꾾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4.02.14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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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멱살에 이강인 주먹질"…요르단전 전날 발생
아시안컵 부진 책임...선수단 내분 탓으로 돌린다 지적도

지난 7일 한국 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한 수 아래 전력의 요르단에 0-2로 맥 없이 무너진 원인이 밝혀졌다.

요르단과의 4강 전날 언쟁 끝에 멱살잡고 주먹다짐을 한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스포츠 조선
요르단과의 4강 전날 언쟁 끝에 멱살잡고 주먹다짐을 한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스포츠 조선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의 전술 부재 외에도 선수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7일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핵심 공격수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 등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 끼리 충돌 사건은 영국 더선이 14일(한국시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더선에 따르면, 이강인을 포함한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을 일찍 먹고 탁구를 치기 위해 자리를 뜨려하자 손흥민이 팀 단합 시간으로 삼는 식사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한다.

이에 일부 선수가 손흥민에게 무례하게 반응했고, 순식간에 다툼이 벌어지면서 이를 동료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손흥민이 이를 피한 가운데 동료들이 이를 뜯어 말렸다.

이러한 선수간의 주먹다짐에 대해 축구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대회 기간 손흥민과 김민재, 황희찬 등 고참급 멤버와 이강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며 “스페인에서 성장한 이강인이 정서적인 면에서 선배들과 달라 자주 부딪쳤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란이 끝난 뒤 중재에 나섰고, 선수들이 화해하면서 당시엔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고참급 선수들이 요르단전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선배에게 덤빈 이강인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확산됐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렸던 이강인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다음 날 열린 요르단전에서 한국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참패했다. 손흥민·이강인 등이 모두 선발 출전했지만, 무기력한 경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결국 한국은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요르단전이 끈난 후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말하자면 이강인을 선발로 내보낸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을 두고 서운한 감정을 나타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물론 20여명 선수가 함께 생활하는 만큼 대표팀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작년 3월엔 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김민재가 손흥민이 대표팀에 뽑혀서 영광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자 손흥민 계정을 ‘언팔(구독 취소)’하면서 두 선수 사이에 불화설이 불거졌다.

특히 대표팀 내 '선후배 간 갈등'은 손흥민과 이강인 두 선수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암묵적으로 진행중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아시안컵 기간 내내 선수들은 나잇대별로 뭉쳐 훈련하고 어울려 지낸 것도 이를 입증한다.
손흥민·김진수(32·전북)·김영권(34·울산)·이재성(32·마인츠) 등 고참급 선수들과 이강인·설영우·정우영·오현규(23·셀틱)·김지수(20·브렌트퍼드) 등을 주축으로 한 후배 선수들,그리고 중간그룹인 황희찬(28·울버햄프턴)·황인범(28·즈베즈다)·김민재(28·뮌헨) 등 1996년생들로 무리가 갈렸다.

유럽파-국내파 사이 갈등도 잠복하고 있었다.
아시안컵 기간 훈련 중에 유럽파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국내파 선수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면박을 주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마친 뒤엔 유럽파 선수들이 한국에 일찍 돌아가기 위해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해 귀국한 적이 있다.

이번 선수단의 불화는 그렇지 않아도 아시안컵 경기력 부진으로 경질 위기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관리 능력이 낙제점으로 이어지면서 경질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선수들이 집단 충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질 위기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관리 능력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축구협회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를 결정한다.
아시안컵에서 귀국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다.

결국 클린스만 거취 문제는 대한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62)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각에선 정몽규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을 협회가 빠르게 인정한 것이 아시안컵 부진 책임을 정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이 아닌 선수단 내분으로 돌리려는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축구 매니아들은 "기존 멤버와 신예 간 외에도 유럽파와 국내파 선수들 사이에도 감정의 골이 깊다“며 ”정치판 뿐만 아니라 축구판에서도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상대에 대한 다툼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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