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단상-노영필]아, 영원한 서울대 공화국이여!
[학교단상-노영필]아, 영원한 서울대 공화국이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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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광주 운남중 교사]

서울대입시 지역할당제가 여론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임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지역할당제 발언으로 세간이 들끓고 있다. 이제 군 단위별로 서울대 입학 규모가 할당된다면 지역의 인재가 안정적으로 발굴될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지역할당제는 개혁안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입시경쟁차원에서 중앙의 거대경쟁이 군소 지역 단위의 경쟁으로 분산되는 것일 뿐이다. 자칫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까지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은 경쟁의 도가니로 몰아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학부모들은 이 발언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 지역의 공부 잘하는 아이가 서울대를 간다면 좋은 일이다.

더구나 소도시 같은 곳에서 제아무리 특출하게 성적이 좋은 학생이더라도 넘어서기 어려웠던 서울대의 문턱을 수적으로 보장해준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특히 소외지역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당장 내 자식이 서울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생긴다는 반사이익 때문에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을 일이다.

그들에게 서울대를 간다는 것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보증수표를 받아 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곧 인재양성의 성역으로 통하는 것은 학벌주의의 음산한 논리다.

현실적으로 지금 서울대는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고시공부에 매달려 있다. 고시 공부를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인재(?)라고 뽑은 그들이 사회의 요소 요소에서 활약해야 할 것임에도 모두들 판검사를 꿈꾸며 지금처럼 한 쪽으로 쏠린다면 문제는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는 것이다.

진정한 '서울대 해악'을 해소할 수 있는 가

그런데 지역할당제가 인재양성이 아닐 수도 있다면 이 발언의 맥락을 되짚어보자. 사실 지역할당제는 한국 사회에 끼치고 있는 서울대 해악을 해소하고 서울대 위기론을 반영하는 목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지역할당제가 소외지역마다 골고루 서울대 혜택을 나누어주는 것 같지만 입시경쟁이나 서울대 병폐를 본질적으로 해소하는 묘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서울대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비중이 큰 서울대 병폐를 지역할당제로 간단히 해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역할당제 문제 앞에서 우리가 정작 보아야 할 것은 입시를 위한 경쟁중심의 교육을 할 것인가, 더불어 함께 사는 인간적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을 할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다.

지역할당제의 또 다른 문제는 지역에서 인재를 만들 수 있는 메카니즘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의 교육문제를 자꾸 중앙 또는 서울대 중심으로 옮겨놓는 그 발상이 지역에 대한 문제들을 사장시키고 지역교육 토대의 자생력을 소멸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이 중앙에서 절대적으로 독점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할당제는 중앙으로의 집중화현상을 보다 심화시킬 가능성이 명백하다. 학력주의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서울대를 통한 인재양성은 오히려 지역의 인재를 차단시키는 딜레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중앙과 지방 학교의 격차줄이는 논의이뤄져야

여기서 학부모들이 생각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모두 지역할당제를 통해 서울대를 희망하지만 우리에게 실제로 돌아올 수 있는 혜택은 거품이라는 것을 알자. 또 지역할당제를 학력주의를 광범위하게 합의하자는 또 다른 선언으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요령을 배우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할 때 공교육의 기능을 입시경쟁으로 내몰아 정서며 가치를 황폐화시키는 죽이는 교육으로 달려가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삶의 가치와 질을 참여와 자치를 통해 담으려는 지방자치시대를 위해 서울대를 통하지 않는 인재양성을 고민해 보자. 예컨대 프랑스의 대학이 중앙과 지방으로 구분하는 대신 파리1대학부터 17대학까지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에서 해야 할 일과 지방에서 해야할 일을 나누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중앙의 소모적 에너지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대의 지역할당제 논의는 중앙과 지방 사이의 학교간 격차를 줄이는 지역할당제 논의로 전환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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