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욱의한국탈출]서비스업 본질 망각한 어느 호텔 이야기
[천주욱의한국탈출]서비스업 본질 망각한 어느 호텔 이야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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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욱[스텐다드테크 대표]

고객님께

항상 저희 호텔XXX를 이용해주시는 고객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본사 감사팀의 발레서비스에 대한 지적사항이 있어 아래와 같이 안내 하오니
반드시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1. 무료 발레서비스 불가
2. 발레서비스료 도어맨 수수 절대 불가

총지배인 호텔XXX


서울 강남에 있는 모 호텔 입구에 위와 같은 내용의 큰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여러분들은 이 안내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 안내문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호텔은 호텔업이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서비스업을 하는 호텔에서 어떻게 고객에게 "반드시" 지켜달라는 명령조의 말을 할 수 있으며,고객 보다는 본사 감사팀이 훨씬 더 중요하고 무섭기 때문에 고객들은 우리 감사팀의 지적사항을 철저히 따르라고 고객들을 어떻게 협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아래"에 적은 내용을 곰곰이 뜯어보면 도어맨들이 호텔에 발레서비스 수입을 정확히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무료 발레서비스 불가"니 "발레서비스료 도어맨 수수 절대 불가"니 하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할 수 있으며, 호텔측에서 도어맨를 믿지 못 하고 있다는 불신임 사실을 어떻게 공공연 하게 크게 적어 놓을 수 있을까?

이렇게 서로 믿지 못 하면서 이 호텔 노사가 잘 화합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호텔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도어맨이 고객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안내문에는 적장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즉, 발레서비스료를 도어맨에게 주는 것이 "절대 불가"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다시 말하면 이 안내문은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삥땅(?)을 하는 도어맨을 겁주기 위해서 있는 것 외는 고객들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레서비스료를 어떻게 내느냐고 도어맨에게 물어 보면 도어맨은 어떤 기분으로 대답할까?

서비스업이란 이런 사소한 안내문 하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는 사업이며,간이나 쓸게까지 빼 놓고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진정으로 고객을 황제로 모셔야 하는 힘든(?) 사업이다.

또한 서비스사업은 모든 종업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친절과 미소와 자세가 있어야 하는 고객감동사업이다.

※참고
롯데호텔에 발레파킹을 하면 도어맨이 친절하게 차 키를 건네 받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오실 때 어느 객장에서라도 파킹료를 지불하시고 도장을 받아 오시면 됩니다."


천주욱은 마산출신으로 19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삼성석유화학, 삼성생명, 삼성비서실 등을 거치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제일제당그룹 내 해외영업 총괄 종합상사인 씨제이코포레이션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기업경영과 사회현상, 국가경영전략에 대한 개혁방안을 구상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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