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게 하는 1등 증후군
눈살 찌푸리게 하는 1등 증후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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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안겨주는 방학. 이에 발맞춰 방학숙제 내용도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방학숙제도 경쟁이다'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태도는 '방학'이 없다.

문제의 발단은 교사들이 숙제 점검의 방법으로 선택한 보고서 작성.
여행이나 식물 키우기 등 방학생활 모습을 담는 보고서는 학부모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나눠 준 방학계획서를 보면 선택과제 제시와 함께 잘 만든 방학 과제물에 대해 '시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자연스레 1등을 바라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과제에 간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인 정정화씨는 "보고서만 생각하면 머리 아파하는 엄마들이 많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아들, 딸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 결국 숙제해 주는 것은 부모들이다"고 말한다.
정씨에 따르면 "보고서를 멋있게 만들기 위해 인쇄소에 전지 크기의 작성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교사들이 바랐던 "어린이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부모들이 오히려 쇠퇴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때문에 아예 보고서 작성이나 시상 등을 없애달라는 요구도 있다.

그런가 하면 편하게 숙제를 해결하려는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 숙제 사이트 이용.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주부 최모씨(남구 봉선동·39)는 유료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로 독후감 20개를 다운받아 딸의 방학숙제를 해결했다.

"단돈 500원에 원하는 숙제들을 다운 받아 해결할 수 있다"며 "주변에서도 이런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아이는 학원으로 숙제는 엄마 몫?
숙제 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성행...결과 중시 세태 "한심"


특히 언론들이 방학의 한 소재로 사이트 소개에 발벗고 나서면서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편하려고 하는 일이지만 부모가 돈을 주고 숙제를 해결하는 것을 본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울지 암담하다"는 게 교사들의 목소리다.

부모들의 부끄러운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초등학교에선 부모님과 함께 여행가기 항목에 조개껍질 10가지 종류 2개씩 모아오기 숙제를 덧붙였다. 이에 한 부모는 대형할인점에서 8가지 종류의 조개를 사고, 나머지 2종류는 해물탕집에 전화를 해서 얻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가 중요하다'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아이들의 눈에 그대로 비춰지고 있다.

이처럼 부모들이 방학숙제에 매달려 있는 시각, 아이들은 영어, 컴퓨터, 피아노 등 학원으로 향한다. "학교에서 공부 안 시키면 뭐합니까. 오히려 학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한모 교사(동구 ㅈ초등학교)는 방학만 되면 더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고개 숙인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방학 때도 식지 않는 학부모들의 교육열풍은 초등학생들의 해외여행 급증에서도 알 수 있다. 부유층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북구 일곡동 한 아파트에선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의 대화 주제가 해외여행 경험담일 정도로 "주변에 보면 애들 어렸을 때 해외 한번씩은 다 다녀와요"라는 게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의 이야기다.

이에 최지부장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도 안가본 곳이 많을텐데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외국으로 나가려는 것은 부모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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