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 문틈 시인
  • 승인 2023.11.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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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나는 여기에 없었다. 나는 본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태어났다. 나라는 존재가 영구히 있는 자라면 나의 본래 자리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자리일 것이다. 잠시 있다가 영원히 사라지는 지금, 이 세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사라진다는 것은 원래 내가 있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일 터이다. 그 자리를 이쪽에서 보면 ‘무’라고 해야 할지, ‘허’라 해야 할지 모른다. 큰스님은 시공이 끊어진 자리라고 일러준다. 그 말 역시 이쪽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존재의 생겨남과 사라짐을 생각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평안해진다.

내가 본래의 자리에 있는 것이 정상이고, 즉 내가 없는 것이 본디 모습이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는 내가 모르는 이유로 잠시 와 본 상태일 뿐이다. 젊은 시절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고 나면 어디로 가는가, 이런 따위의 정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을 하면서 밤을 도와 궁구했다. 고민했다.

내가 여기 이곳에 존재함은 길어봤자 1백 년도 안 되는 아주 잠시 잠깐의 일이다. 수십, 수백억 년의 우주에서 그 정도의 존재감은 ‘반짝’하는 부싯돌의 반짝임보다 더 짧은 순간이다. 반딧불이보다 더 짧게 사는 것이나 진배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라는 존재는 어떤 연유로 ‘짠’하고 이 세상에 나타났다가 ‘짠’하고 사라지는 자연의 현상이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볼 때 나는 내가 살고 죽는 것에 하등의 불만을 가질 권리가 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우주 자연이 하는 일이어서 내가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 꽃이 피어났다 떨어지는 것을 불만스러워할 수 없듯이.

때로는 그렇게 마음 평안하게 생각하다가도 막상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타계 소식을 들으면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다시 커다란 뱀처럼 온몸을 휩싸온다. 죽음이 부당하고, 무섭고, 그래서 저항하고 싶어진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 죽어야 한다고? 이제 다시는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의 하늘과 바다와 꽃과 나무와 노을과 별을 바라볼 수 없다고? 이 세상에 천년, 만년 나는 영원히 없는 존재라고? 죽음이 그런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도 나는 모처럼 소풍 나온 아이처럼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여기가 백 배, 천 배 좋다. 영원히 안 돌아가고 싶다.

내가 죽어 사라지는 운명의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면 온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력이 없어지고 만다. 모든 별은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중력, 인력 법칙에 따라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지금 존재해야 할 어떤 법칙, 이유, 당위에 의해서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왜, 잠깐 반짝하고 마는 존재여야 할까.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저 눈 부신 태양, 저 출렁이는 푸른 바다와 나비, 장미, 나무, 붉은 노을, 굽이치는 강과 높은 산봉우리 들은 그대로인데 나는 언젠가 사라져야 한다니.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마을에서 상여에 실려 가는 죽은 사람의 관을 자주 보았다. 화려한 상여와 상두꾼의 노래에 실려 멀리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보고 죽음의 공포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너무 일찍 죽음의 공포를 알아버렸던 것이다.

죽은 저 노인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런 의문과 공포심은 나도 모르게 내면화되어서 책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 했다. 살아오면서 책을 적지 않게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에는 답이 없었다. 아니, 답이 나와 있었다.

맨 처음 이 세상에 아메바 같은 작은 한 개의 세포가 진흙에서 우연히 생겨나 몇 억 년이 지나는 동안 수천만만 가지 동식물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진화의 정점에 오늘의 현생 인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나는 완전히는 이 이론을 믿지 못한다. 우주 자연의 아주 작은 생명들, 무생물까지도 존재해야 할 어떤 조화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치를 보라.

아무리 진화 이론이 그럴싸해도, 우연히 세상 만물이 생성되어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믿기에 망설여진다. 무엇인가, 인류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우주 만물을 존재케 한 신비로운 배후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묻노니 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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