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김정은에게 준 털모자
푸틴이 김정은에게 준 털모자
  • 문틈 시인
  • 승인 2023.09.2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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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4년 6개월 만이다. 매스컴의 시선을 끈 것은 두 정상이 우주기지에서 만나 4시간 동안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다.

세계 언론은 푸틴은 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김정은은 위성발사 기술과 핵잠수함 기술, 그리고 식량과 원유를 서로에게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 6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 전쟁을 계속하느라 포탄이 소진되어가고 있어 이를 벌충할 재래식 무기와 포탄의 필요성이 화급한 형편이다. 김정은에겐 지금 당장 식량 문제가 제일 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북러정상회담 후 김정은은 전투기 공장을 둘러본 것으로도 보도되었다. 무언가 행로가 이상한 대목이다.

김정은은 현재 20여 발의 핵폭탄을 가지고 있고, 다량의 미사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국방 차원에서 볼 때 더 이상의 무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절대무기를 쟁여 놓고 있다. 여기서 발칙하게도 민족의 비극을 초래한 6.25 전야가 떠오른다.

그때 김일성은 박헌영과 모스크바로 스탈린을 만나러 갔다. 남조선을 쳐들어가겠으니 승인해달라는 목적이었다. 스탈린은 이 두 번째 만남에서 승인을 해주었고, 북한은 소련이 준 압도적인 무기를 들고 남침했다.

푸틴을 만나는 김정은의 움직임에 이 장면이 오버랩되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김정은이 러시아에 가기 직전 신문에 난 사진을 보면 북한 군 수뇌부 앞에서 벽에 붙여 놓은 한반도 지도 위에 지휘봉으로 서울과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식량부족으로 배고픔에 시달리는 북한 인민을 위한 대책을 궁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나 깨나 한반도 지도를 보며 김일성, 김정일이 꿈꾸었던 남조선 침략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분이 더 안 좋은 것은, 김정은이 5박 6일간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갈 때 푸틴이 최첨단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제 드론 6대를 선물로 주었다는 사실이다. 서방언론이 추측한 식량을 주었다는 말은 일절 없다.

오히려 김정은이 식량, 석유 제공을 거부했다는 말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님, 지금 당장 식량 걱정은 필요 없습네다. 나중에 우리가 요구하면 그때 주시라요.’했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의 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식량이나 원유보다는 전쟁에 필요한 첨단 무기와 우주 로켓 발사 기술을 더 간절히 요청하지 않았을까 추측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장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첨단 드론을 공개리에 김정은에게 준 사실이다. 김정은이 받은 선물은 드론 말고도 러시아 군인들이 혹한의 겨울에 쓰는 우샨카라고 하는 털모자도 있다.

선물로 받은 털모자를 머리에 쓴 김정은은 대단히 만족해했다. “내가 털모자를 쓴 모습을 신문 방송에 다 내보내라우.” 즉석에서 따라간 북한 관리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첨단 드론과 군용 털모자라니. 이 선물에는 무엇인가 시사하는 점이 있어 보인다. 푸틴은 김정은에게 필요하면 털모자를 쓰고 드론을 날리라는 암시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가 되겠다는 그런 뜻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향후 북한과 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유엔 제재 결의를 어기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은 믿을 수가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김정은을 초청해 한가롭게 술잔을 마주칠 처지가 아니다. 이번 푸틴과 김정은의 회담에서 아무래도 우리에게 기분 나쁜 물밑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바짝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러시아는 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흙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한반도에서 북한이 연기라도 피워 주면 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을 돌릴 수 있겠다는 셈법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기분 나쁜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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