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를 기다린다
괴짜를 기다린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3.09.1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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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릴 적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살았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얼굴이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시퍼렇게 퉁퉁 부어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지는 왜 맞고 왔느냐며 되레 그를 두들겨 팼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화나고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살다시피 했다. 그는 어린 시절 SF소설, 물리책들을 읽고, 밤낮으로 비디오게임을 하며 엉뚱한 생각을 했다. 언젠가 우리가 사는 지구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환경이 나빠지면 인류가 화성으로 가서 살아야 할 것이다, 라는 둥.

그는 그런 일을 하려면 학문보다는 사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대학원을 자퇴하고 20대에 페이팔(Paypal)의 전신이 된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com을 창업하여, 27세에 1억7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그는 그 돈으로 다른 창업에 투자하고 테슬라라는 회사에 돈을 댔는데 사업이 안되어 창업자들이 나가버리자 자기가 인수해서 테슬라 전기차를 세계 1등 가는 차로 성공시켰다.

민간 항공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차려 로켓 발사를 성공시키고, 미항공우주국도 생각지 못한 발사체의 재사용이라는 놀라운 발상을 현실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땅속으로 터널을 뚫어 엄청 빠를 속도로 달리는 교통수단을 개발했고, 지구 주위에 통신위성을 수만 개 띄워 전 지구를 인터넷으로 그물처럼 연결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 국가도 하기 어려운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을 더 저지를지 모른다. 이미 그는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결하는 뉴럴링크 사업도 하고 있으니.

이상의 이야기는 괴짜 인간으로 알려진 미국의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52세 나이에 세 여성을 만나 모두 10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중 최근에 출생한 아들 이름을 ‘X Æ A-Xⅱ라고 지어 괴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름을 부를 땐 어떻게 부르는지 괜한 걱정이 들 정도다.

더 괴이한 것은 영어 ‘X’ 자에 병적으로 꽂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들 이름뿐만 아니라 회사 이름에도 ‘SPACE-X’라고 하는가 하면 최근 인수한 트위터의 이름을 X로 바꾸고, 기존 로고 새 모양을 알파벳 ‘X’라고 바꾸어 버렸다.

더, 더,괴상한 것은 전기차 테슬라의 이름을 테슬라 S, 테슬라 3, 테슬라 X, 테슬라 Y 등 새로 출시하는 차에 이런 이름들을 붙여 놓았다. 지금까지 나온 테슬라 차의 알파벳 이름을 한데 모으면 ‘SEXY’가 된다.

SEXY라는 영어 낱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굳이 새기자면 ‘요염한, 성적 매력이 있는’ 그런 뜻이다. A SEXY MOVIE 하면 ‘호색영화’라는 뜻이 된다. 내가 볼 때는 여성을 관능적으로 보는 것 같은 야릇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지 말라. 진짜로 괴상망측한 것은 영어 ’T'자 아래 긴 역삼각형 모양을 내려 붙인 테슬라 전기차의 로고에 있다. 아직 아무도 이 괴상한 로고의 숨은 뜻을 모르는 것 같다. 머스크도 공식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

다만 T자는 테크닉(기술)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지만 믿기 어렵다. 내가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 이 로고의 뜻을 찾아보려 했으나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병원 진료실 벽에 붙은 인체 해부도를 보고 순간 그 로고의 비밀을 알아냈다. 이것 역시 여성의 성 혹은 성적 매력과 관련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자궁 내부를 본떠 만든 로고로 보인다. 이 대목은 더 이상 설명하기 곤란한데, 해부 그림과 맞춰 보면 딱 들어맞는다. 로고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놀래키거나 곯려주거나 바보스럽게 만드는 것을 머스크는 내심 즐기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자신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지만, 직원들과 같이 공감을 표현하는 것은 일의 속도를 늦출 뿐이라고 말한다.”라고 전한다.

직원들과 공감을 하지 않고 자기 아이디어대로 일을 추진하고 성공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한국에서라면 머스크는 절대로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낙오자가 되기에 딱 십상이다.

한국은 괴짜가 발 딛고 살 수 없는 나라다. 또라이, 괴짜 같은 사람은 손가락질당하며 도태되기 쉽다. 그래도 나는 미래를 설계하는 머스크 같은 괴짜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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