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원
연봉 3억원
  • 문틈
  • 승인 2023.08.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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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연봉 3억원을 받는 샐러리맨이라면 돈에 관한 한 모르긴 해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정도의 연봉이라면 ‘신의 직장’에 다닌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샐러리맨들의 꿈이 연봉 1억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 가운데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은 120만 명 정도라고 한다. 나라가 더 부강해지고 산업활동이 더 왕성해진다면 언젠가는 더 많은 샐러리맨들이 연봉 1억을 찍게 될 것이다. 지금은 금융회사들, 즉 은행원, 보험회사 직원,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회사의 일부 그룹에서 연봉 1억 이상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1천5백만 명의 평균 연봉이 4천2백만 원 선이라고 하니 이에 견주어 볼 때 아주 높은 층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평생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연봉 1억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빚 안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냈다. 돌이켜 보면 살짝 돈이 모자라는 듯한 느낌 속에서 가족 4명의 가장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요즘 입방아에 오른 어떤 사람처럼 만일 가족이 딱 3명인 집에서 두 아들은 샐러리맨, 부모는 연봉 3억이라면 그러면 그 집은 돈 문제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기득권의 꼭대기층에서 떵떵거리며 누리고 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하고 아주 가까운 직장 은퇴자는 아직도 드물게 알바를 나가고 있는데 소원이 ‘이화에 월백하고’이다. 한 달(월)에 백만원 수입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비유로 옛시조를 읊는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최근 어떤 정당의 혁신을 맡은 분이 과거 국가기관에 재임할 때 연봉 3억이었다 해서 화제가 되었다. 임기가 3년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합하면 3년에 10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 분의 혁신에는 관심이 없고 연봉 3억이었다는 점에 속이 살짝 불편했다.

왜냐하면 자영업자도 아니고, 회사의 직원도 아니고, 국가기관의 임원일 뿐인데 하는 일의 강도나 위험부담, 성과 등의 면에서 볼 때 과연 연봉 3억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해서, 국공립기관의 임원들의 연봉을 쭉 살펴 보았다. 극히 적은 수이긴 하지만 연봉 3억, 4억을 받는 이들이 있긴 있었다. 와, 놀랍고 그리고 허망했다.

20~30년 전쯤 중국을 아주 좋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택시 기사와 대학 교수 봉급이 거의 같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지금은 사정이 변했는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햄버거 뒤집는 사람과 회계사 연봉이 거의 비슷하다는 말에도 심쿵했다.

나는 어느 편이냐 하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이 4천만원 선인 나라에서 기업의 임원도 아닌 공기업이나 국가기관의 임원의 연봉이 3억 이상이라면 ‘이것은 아니올시다’에 한 표를 찍는다. 우리는 부정부패에 분노하지만 연봉의 어긋난 불균형에도 화가 난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한해 3억을 가져간다는 것은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밖에 더 떠오르는 말이 없다.

어떤 이유로 연봉 3억씩이나 받는지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뒷공론 같은 말을 들어보니 국가기관 임원으로 있는 그 자리에서 부정을 하지 말라고 연봉을 ‘충분히’ 준다는 것이다. 많은 연봉으로 부정을 막으려는 것도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연봉에 기묘한 카르텔 같은 단어가 어른거린다. 생각컨대 국민의 누구도 그런 터무니 없는 연봉에 동의하거나 인정하는 것을 꺼려할 것이다.

조선시대 인구의 5퍼센트가 기득권이고 나머지는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호구지책을 면하고 살았다. 지금 세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지만 업무가 금융기관의 관리, 감독일 뿐인데 대체 어쩌자고 연봉 3억을 안겨 주는지 모르겠다. 은행 등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액의 횡령 사태, 외화를 은행을 통해서 외국으로 빼돌리는 데 방조한 금융기관의 태만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기업의 임원들 중에는 연봉이 몇십 억인 경우가 있다. 한해 몇 백억, 천억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산업 역군이므로 그것이야 별로 탓할 것이 없다.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국공립기관 임원의 고액 연봉은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이 아닐까. 정부는 고위공직자의 연봉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책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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