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 시민의소리
  • 승인 2023.07.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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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주 생각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해왔지만, 인간이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 딱히 한 문장으로 요약할 그런 답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 말씀대로 ‘살아 있으니까 사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 대답을 능가하는 다른 만점짜리 답을 나는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지만 내 이 석두로는 그저 까마득할 뿐이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닐 때는 주어진 과업을 해내느라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이제 직장을 은퇴하고 시간이 남아도니까 하릴없이 인간의 본질을 궁구해볼 때가 자주 있다. 대체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하러 세상에 태어나 고생하고 시달리고 슬퍼하고 그러다가 종당엔 죽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내게 다가온다. 아무리 생각해보았자 딱 부러지게 맞아 떨어지는 대답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성서에 이르기를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했다. 이 말은 인간 중에 가장 지혜로웠다는 솔로몬 왕이 나이 들어 인생을 계산하고 나서 탄식한 말이다. 그는 온갖 영화를 누렸던 사람이다. 권력, 부, 명예, 그리고 1천 명이 나 되는 여자를 거느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인생을 헛되도다라고 탄식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머리가 지끈거린다. 인생에서 좋다는 것은 다 누려본 솔로몬이 그럴진대 그러면 나같은 사람은 대체 인생을 무엇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한술 더 떠 예수는 이런 솔로몬을 가리켜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하고 한 송이 꽃에 비유한다. 솔로몬의 영화가 들꽃 하나만도 못하다니!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인간의 삶은 아무런 보람도 없고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일까. 어떤 위대한 사람이건, 지혜로운 사람이건, 다 죽어 사라지기 때문에 살아서 하는 모든 것들이 덧없다는 말일까. 그런 뜻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까딱 헛디뎌 다른 곳으로 빠지면 자칫 염세주의자라나 허무주의자가 될 수 있고, 더 나빠지면 정신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 위로하느라 그러는 것인가 싶은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라고 조언한다. 나도 애를 써서 그러려고 노력한다. 한데 내 마음속에 차오르는 공허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람은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손을 남기려는 목표로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것, 더 숭고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온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성취할 그 목표란 무엇인가?

삶의 목표는 일단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아 가족에게, 사회에, 국가에, 그리고 인류에게 무엇인가 아주 작더라도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목표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엔 죽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측은한 존재다. 그래서 동양에선 사단칠정(四端七情)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강조했다. 남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 한때는 정의감에 불타 분노로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는 과격한 생각을 한 젊은 시절도 있었지만 은퇴한 후로는 인간이란 누구나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인간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의 목숨을 무엇과 바꾸겠느냐?’라고 성현이 말씀한 것을 보면 인간의 생명은 전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것임을 공감한다. 자, 그러면 살아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거대담론 같은 질문을 비켜서서 주어진 하루하루 즉, 날마다 오늘을 충실히 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남을 사랑하면서 말이다. 이 이상 아무리 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자연이, 신이 우리를 내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인생살이가 너무나 힘들다. 고통스럽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요즘 들어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각해본 소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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