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금호' 뻥 뚫린 공신력
못믿을 '금호' 뻥 뚫린 공신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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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기업도 '공신력'이 중요하기는 매 한가지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약속한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고 이행하느냐가 그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금호그룹의 '기업 공신력'은 의문을 품게 한다.

광주지역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금호그룹 개혁촉구 시민대책위원
회'는 1999년 12월 조직을 해산하면서 금호와의 협약서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이 '(금호는)황룡강·영산강치수사업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영산강치수사업 불참 약속 어기고 3년만에 지분늘려 참여
광천지하보도·패밀리랜드 2단계사업 등 약속어기기 "일쑤"
"지역 대표 기업 명성에 어긋나는 무책임한 처사"비판 자초


광주시가 1995년부터 추진한 이 사업은 금호산업을 비롯해 3개 업체가 참여, 골재채취 수익금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당시 환경운동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있었다. 이들은 골재채취가 하상 생태계를 파괴해 환경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를 울렸다. 여론에 밀렸든, 개발의 위험성을 깨달았든간에 아무튼 금호는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로부터 3년후인 지난 4월 18일, 광주시는 이 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사업비 1,010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456억원은 국비로 지원받았다. 나머지 554억원은 공사 참여업체들이 골재판매대금으로 충당해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호는 당초 약속과 달리 여전히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지분비율이 오히려 늘어나 공동도급업체 중 가장 높은 65%(419억여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95년 당시 광주시는 투자희망자를 공모해 두산중공업을 주계약자로 금호산업, 이수공영 등 3개업체와 계약서에 사인했다. 공사비율은 두산중공업과 금호산업이 각각 45%, 이수공영은 10%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비율이 두산중공업은 40%가 준 5%, 금호는 20%가 증가한 65%로 뒤바뀌고, 새로 JH건설(구 진흥건설)이 20%의 지분으로 참여한 것이다.

금호개혁대책위 당시 금호와의 협약과정에 참여한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호가 영산강치수사업에 참여한 것은 당시 시민들과의 공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며 "당초부터 지적됐던 환경파괴위험이 여전한만큼 이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금호는 패밀리랜드 2단계사업도 10여년을 미루다가 최근에야 삽질을 시작했다. 지난 1988년 광주시는 우치공원 일대 놀이시설이 들어서는 1단계사업(현 패밀리랜드)에 대한 민자투자업체로 금호건설과 계약했다. 이 때 금호는 2단계사업(골프연습장, 테니스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을 91년부터 시행한다는 협약서에 사인했다.

그러나 이 약속 역시 미뤄졌고, 9년만인 지난 99년 말 금호개혁대책위와 금호는 53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을 '2000년 10월 말(약 6개월 소요) 착공해 완료한다'고 협약했다. 이어 금호는 지난해 말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내년 6월께 끝마칠 계획이다.

최근 개통한 광천동 버스터미널 지하보도 역시 10여년만에 햇빛을 보게 된 경우다. 이 지하보도와 터미널 주변의 교통개선사업은 종합터미널 건설·운영업체인 금호산업이 지난 89년 터미널 이용자의 교통편익 제공을 위해 설치한 후 광주시에 기부체납하기로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따라서 이 지하보도 역시 경영난 등의 이유로 착공을 미뤄온 금호가 여론에 떠밀려 '억지춘향식'으로 공사를 끝마쳤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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