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정치
더 큰 정치
  • 문틈 시인
  • 승인 2023.07.07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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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요즘 정치적 견해를 놓고 편가르기가 극심한 상태라고 한다. 나라가 쪼개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대립이 격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좌파가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 우파가 추진한 낙태금지법 같은 것이다.

편가르기는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다. 우리도 정치적 견해를 놓고 대립이 심각하다. 나는 정치적 의견 대립이 예상되는 이슈에는 상대가 하는 말을 흘려들으려 애쓴다.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공연히 자기 고집을 피워 서로 기분 상할 까닭이 없다. 솔직히 초야에 묻혀 있는 갑남을녀가 결기를 세우고 정치토론 해봤자다. 그렇지 않은가?

지인 한 사람은 안부 전화를 할 때면 중간에 으레 정치 이야기를 꺼내 들고는 격렬하게 정부를 비판한다. 듣고 있으면 세상이 곧 망할 것 같다. 이런 비유를 들어서 뭣하긴 하지만 그래 봤자 수레 앞을 가로막으려 드는 사마귀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세상은 인터넷에 울분을 토할 수 있으니 거기에다 토하면 될 일이다. 그것도 성에 안차면 선거 때 표로 찍으면 된다. 그것마저도 분이 안 풀리면 시위에 나가든지. 이 이야기를 서두에 쓰는 까닭은 지인의 불만은 요즘 정치판의 대립 구도에 연결되어 있다고 보여서다.

여야는 사사건건 격렬한 대립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상종을 못할 사이처럼 등을 돌리고 있다. 국회는 이름 자체가 말하듯 나라를 위한 모임이 아니던가?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핵융합발전 같은 미래로 달려가고 있는데, 대체 어쩌자고 마치 앙심을 품은 사람들처럼 상대를 향해 독기를 내뿜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로 죽일 듯이 반목하고 삿대질을 해댄다.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정치공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어야 할진대 요즘 정치판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같은 나라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유엔은 유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규정했다. 경제력 규모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훌륭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정치는 예전에 어느 대기업 회장의 말대로 4류에 머물고 있다. 개탄할 일이다.

정치가 ‘너 죽고 나 살기’ 식으로 된 것은 오래전부터다. 이번 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해서 여야는 더 크게 악을 쓰고 싸우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를 놓고 그 대립이 극한에 가 있다.

솔직히 나는 원칙적으로 방류 반대쪽이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인체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공표했다. 그래서 반대는 하면서도 “그렇다면…” 하고, 지금은 내 입장을 정리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에 대해서 공부 중이라는 말이다.

정치는 타협이다. 견해가 다를 경우 다수결로 처리하되 타협으로 접점을 확대하는 예술적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는 여야가 합치, 협치, 연대해서 무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왜 그럴까?

이 대목에서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이 떠오른다. 한국사를 첫 페이지부터 읽어내려가다가 그 두꺼운 책의 어디쯤엔가 당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대목에서 한동안 그 책을 놓았던 기억이 있다. 도저히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는 토론, 다수결, 타협의 맥락에서 운용되는 체제이다. 그 과정에서 반목, 갈등, 대립이 없을 수 없지만 그 해결은 민주주의식으로 해야 한다.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이 전승되고 있는 것 같은 작금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 나는 불만이 많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미래를 열어가는 그런 정치를 열망한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인터넷 미디어 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정치 대결을 조장, 증폭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정치 과잉의 시대다. 정치에 넌더리가 나고 아주 지겨워 죽을 지경이다.

정치판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도 어느 한 편이 되어 감정이 고조되어 있다. 정말 이러고도 나라가 잘 굴러갈 수가 있을까. 좋든 싫든 투표를 통해 정권교체가 되었으면 그 결과에 승복하고 당파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이제 겨우 1년 남짓 된 정부를 흔들어서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려오라고까지 일부에서 주장을 한다. 언론의 자유가 있으니 그럴 수 있다. 그것이 더 큰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어떤 관계가 성립되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여야의 작금의 행태를 보면 어린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는 국민의 눈물을 닦으라. 어지간히들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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