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월드컵경기장-설계는 '축구장', 욕심은 '산업시설'
광주월드컵경기장-설계는 '축구장', 욕심은 '산업시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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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월드컵경기장 활용 어떻게?

2년 전인 2000년 1월 중순께 미국으로 향하는 어느 비행기. 이 곳에는 광주월드컵경기장 마케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해외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출장을 떠난 광주시 공무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로부터 몇달 후 미국을 시찰하고온 5명의 이들 공무원과 용역회사 관계자들은 한 편의 두툼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보고서는 제목부터 기대와 달랐다. 광주시가 발주한 '광주월드컵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차원의 선진개발사례 견학과 달리 '염주체육공원마케팅계획 해외벤치마킹 보고서'였다.
내용은 더욱 어리둥절하게 했다. 견학에 나선 이들은 광주시의 월드컵경기장 건설팀 공무원과 용역을 수주한 컨설팅회사 직원들이었다.

설계는 '축구경기장' 욕심은 '산업시설'
활용방안 없이 짓고 뒤늦게 용역 발주 비판 자초
벤치마킹 선진지 견학 명단에는 위락시설들만 즐비
과감한 경영마인드 스탠드 하단부 활용방법 지혜 모아야


6박 8일간 이들이 둘러본 곳은 미국 남서부지역 캘리포니아주 LA 및 오렌지카운티,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일원의 '위락단지'였다. '식스 플래그 매직마운틴', '허리케인 하버', '노츠 베치 농장', '유니버셜 스튜디오 할리우드', '디즈니랜드'… 등. 정작 견학해야 할 축구경기장은 단 한군데도 없었고, 경기장은 프로야구장인 '다저스 스타디움'이 유일했다.

당시 견학을 다녀온 광주시 관계자는 "축구경기장 주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보기 위한 해외 시찰이었기 때문에 경기장 자체보다는 위락단지 위주로 둘러 본 것이다"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견학내용과 보고서에 관해 배경을 설명했다.

뒷북치기식 땜질 행정마인드


이같은 사례는 광주시의 행정·경영마인드의 일단을 비춰주고 있다는 점에서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물론, 월드컵경기장 자체보다는 염주체육공원마케팅을 위한 시찰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 보고서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용역비 일부로 지출된 이 보고서 내용은 이미 납품된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사후활용방안에 참고조차 됐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반영된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7,000만원짜리 이 용역보고서는 사후활용계획에서 '스탠드 하단부', '잔디 그라운드' 등 경기장 자체에 대한 활용방안을 중심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경기장 외부공간에 대해서는 일반론적인 방안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월드컵경기장 건설과 운영방식은 광주시의 마인드에 대해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선 '월드컵경기장 사후활용방안'이란 용역과제의 제목부터 아이러니하다. 처음부터 당연히 경기장의 사후활용방안을 고려해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광주시는 처음에는 월드컵 3경기를 치르기 위한 '스포츠 경기장'으로만 지어놓고, 나중에 또다시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활용방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중국 상하이시정부가 '상하이 스타디움'을 지으면서 별도의 민간기업을 설립, 설계부터 자립경영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경영마인드로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경영 모델의 '스포츠 산업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돈 잡아 먹는 공룡시설


광주월드컵경기장은 건설비만 1,580억원이 들어갔다. 국비지원은 이 가운데 30%정도인 341억여원에 그치고 나머지 1,246억원은 모두 광주시민의 혈세인 시비로 충당됐다. 여기에 경기장으로 길을 내기 위한 인접도로 개설비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더 늘어난다.
관리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직원정원은 19명으로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22~23억원이 들어간다. 광주시는 올해 경기장 운영 예산으로 직원 17명에 16억원밖에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용역보고서가 제시한 수익사업을 위해 경기장 내 각종 부대시설을 보완하려면 또 50~6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익은 얼마나 될까. 경기장이 수익을 낸 것은 월드컵 3경기를 치른 사용료 명목으로 FIFA에서 받은 10억원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른 수입은 일절 없다"는게 경기장측 설명이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광주시는 1,580억원을 들여 10억만 벌어들인 결과로 1,570억원의 손해보는 장사를 한 있는 셈이다.

활용방안,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이 때문에 광주월드컵경기장의 활용방안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 맨날 사후에 대책을 만드느냐"는 핀잔은 접어두고 '사후약방문식'으로라도 지혜를 모야할 시점이다.
광주시는 용역결과에 기초해 나름대로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안중 핵심은 스탠드 하단부 5,500여평의 빈공간에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문제로 집중돼 있다.
할인매장이나 월드컵기념품점으로 꾸며지는 판매시설, 헬스크리닉과 에어로빅 같은 스포츠시설, 간이레스토랑, 스포츠카페, 월드컵박물관(4강 기념관), 다목적 이벤트홀 등과 게임센타와 콜라텍 같은 놀이시설을 유치계획이 그것이다.

또 잔디그라운드에서는 축구경기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를 유치하고, 경기장 밖 주차장은 유료화하고, 자판기설치장소는 임대하고, 자동차전용극장도 활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염주체육관 전체적으로는 시저지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기계위락공원' 유치등의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연고 프로축구단 유치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2군으로 광주연고인 '상무 불사조' 대신 1군을 끌어오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이와같은 방안을 활용해 연간 총 25억원의 수입을 올려 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하고 3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 예측이 맞아 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은 낙관하는 분위기가 많지 않다. 무엇보다 경기장자체가 설계부터 '스포츠 경영'을 염두에 두고 건설되지 못했을뿐 아니라 관리운영의 주체인 공무원들의 경영·행정마인드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아직은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광주는 천주욱스텐다드텍 대표가 던진 물음표를 근원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우리에겐 상하이 공 부시장 같은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갖춘 공무원이 없을까?", "왜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인프라나 체육시설을 건설하면서 정부가 돈을 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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