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본 한·중·일 3국 경영마인드
월드컵으로 본 한·중·일 3국 경영마인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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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가 한창일때 국내 한 TV는 일본의 월드컵경기 응원 풍속도를 내보냈다. 일본사람들의 응원문화는 참 독특했다. 일본이 워크맨같은 소형 전자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응원문화 역시 '경박단소(輕薄短小)'의 특징을 보여줬다.

경기장 주변과 상가거리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일본팀의 선전을 응원하기는 한국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응원방식과 문화는 극과 극으로 서로 달랐다.
일본의 경우 경기장 밖 응원은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떼'로 모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5명 안팎으로 삼삼오오 모여 응원했다. TV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휴대용이었고, 이것을 길바닥이나 화단가로대 위에 놀려 놓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었다.
도심 대형빌딩에 설치된 전광판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월드컵경기를 중계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심지어는 가전제품 매장의 쇼윈도에 나와있는 TV에서도 일본팀 경기를 상영하지 않았다. 매장 주인의 얘기를 빌리면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반대로 한국의 응원문화는 한마디로 '크다(大)'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대규모였다. 거리응원의 매체가 된 전광판부터 안테나 달린 휴대용 TV와는 비교가 안되는 대형이었고, 응원단 역시 '떼'를 지어 수십만에서 수백만을 거뜬히 넘어섰다.

한국-미래예측없이 응원부터 경기장까지 '대형' "하고보자"
일본-조용조용 '경박단소형'...일상에서도 '경제동물'답게
중국-처녀출전 초라한 성적 스포츠 경영은 세계최고 "실속"


두 나라의 응원문화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민족성의 차이에서 연유한 것일수 있고, 동어반복일수 있지만 사회적 관습과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수도도 있다. 하지만 이 차이를 양국 국민의식과 정서 저변에 깔린 '경영마인드'의 차이에서 본다면 재미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전광판은 물론 전자제품매장에서 '손님에게 방해된다'는 이유로 시연용 TV조차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일본이 왜 '경제적 동물'이라는 평가를 받는가를 짐작케 해준다. 전광판에서도 쇼윈도 TV에서도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다고 항의하거나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문화'가 얼마만큼 사회적 컨센서스아래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모든 국가행사나 일상생활문화에서도 '경제'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주는 금남로에 있는 한 건물의 전광판이 TV중계를 않는다고 건물주가 거리응원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비단 응원문화만 대규모인 것이 아니라 경기장 건설에도 천문학적인 큰 돈을 쏟아 부었다. 10개 도시의 경기장과 접근도로 건설에 약 3조원이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는 이제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을 찾느라 전국 곳곳에서 야단이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도 처음부터 사후활용방안을 먼저 고민한 후 이를 설계에서부터 반영한 곳은 없다. '경영마인드' 면에서 본다면 한 참 뒤떨어져 있는 셈이다.

이 점에서 중국의 '상하이 스타디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이번 월드컵에 처녀 출전했다. 첫 경기를 광주에서 치렀지만, 한 골도 못 넣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들의 축구성적은 초라했지만, '스포츠경영'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광주와 나아가 우리나라가 '축구 4강'을 이룩해 놓고도 정작 경기장 사후 운영등 '월드컵 경영'에서는 실패한다면…, 월드컵신화는 오히려 우리경제에 큰 멍에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세나라 가운데 축구성적은 가장 좋았지만 쉽게 자만하고 웃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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