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선임 늑장에 ‘재공모’ 여론 부상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선임 늑장에 ‘재공모’ 여론 부상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3.03.29 13: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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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후보 내정한 지 2개월째 감감 무소식
개교 30주년 맞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깜냥’ 없어
GIST 위상 추락...기부금도 타 과기원과 격차 커
​​​​​​​지역 발전 견인할 새 인물 기대감 커져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했던가.
쓸데없이 오래 고민하거나 머뭇거리다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흔히 두고 쓰는 속담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정문에 세워진 표지석 

내노라하는 교수들이 모인 첨단 과학기술 연구 중심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공모를 거치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3명의 후보로 압축된 지 두달이 됐지만 총장 선임 절차는 오리무중이다.

형식상으로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지만 말이 그렇지, 특히 GIST 인사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각종 재정 및 예산을 국가가 도맡아 지원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교육부, 윗선인 대통령실이 암묵적으로 개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전, 대구, 울산 등 전국에 몇 안 되는 과기원이기에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그러니까 총장 후보를 내정해 놓고는 이사회 개최 일정도 잡지 않은 채 감감무소식이다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제9대 GIST 총장 후보로 허호길 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등 3명을 내정해 놓은 지 벌써 2개월째다.

지난 2월 말 불명예 퇴진한 김기선 전 총장 

정상적으로 추진했다면 김기선 전 총장이 불명예 퇴진을 한 2월 말 이전에 총장을 선임했어야 했다.
진즉 했어야 할 총장 선임이 미뤄지다 보니 현재 상황은 내부 인사와 내부 인사가 경합하는 구도다.

그러다 보니 GIST 교직원 사이에서는 이런 저런 말들이 나돌고 있다.
한편에선 윤석열 정부가 정순실 국가수사본부장과 KT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인사 검증에 실패 하다보니 그 후유증으로 인해 신중을 기하다 보니 늦어진 게 아니냐는 여론이다.

다른 한편에선 총장 후보들을 뽑긴 했으나 적당한 재목이 없어서 늦어진 게 아니냐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일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재공모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런 재공모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다.
김기선 전 총장의 불명예 퇴진과 무관치 않다.
김 전 총장은 재임기간 내내 노조에 끌려다니다가 여론에 밀려 결국 이사회에서 해임을 당했고, 재판과 지역내 여론에 밀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결국 옷을 벗게 됐다.

광주시 북구 첨단단지에 자리한 광주과학기술원 전경

그러다 보니 학내 교수들 사이에서는 총장 공백 사태도 우려스럽지만 신임 총장 선임 만큼은 과거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돼가고 있다.
겉으론 내부 인사와 외부인사의 경합 구도지만 신임 총장 만큼은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위상 정립에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학내 교수와 지역민들의 여론을 4가지 측면에서 집약해 본다.
첫째, 총장 후보는 GIST의 설립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광주·전남의 미래지향적인 큰 아젠다를 갖고 있어야 한다.
광주는 물론 전남도민들도 GIST가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무슨 연구개발을 하는지, 산·학연계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 원동력으로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지 도통 알지 못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GIST는 5·18 보상 차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을 거쳐 김영삼 정부 때 설립됐다.

둘째로, 미래 기술인재 양성과 함께 첨단과학 기술 연구 개발 중심대학으로 거듭나는데 적합한 총장을 뽑아야 한다.
설립 초기 당시만 해도 GIST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 명성이 퇴색됨으로써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평균 건수는 1위를 달리고 있어 다행이다.

셋째는 강력한 리더십과 비전을 통해 현재 실타래 처럼 꼬여있는 교수간 소통 미흡, 노조와의 갈등 등의 불협화음을 해결해야 한다.

김 전 총장이 과거 도덕성 문제로 노조와의 갈등이 예상됐었던 만큼 이번 총장 선임에 있어선 내부 인사의 경우 도덕적 평판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총장 공모 과정에서 교수간 언쟁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도마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외부 인사의 경우 이런 학내의 엉크러진 상황을 알지 못하는 만큼 현재 팽배해질 대로 팽배해진 갈등 구조와 시스템을 제대로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이러한 우려는 GIST가 이대로 가면 일반 이공대학과 다를 바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 경영 능력과 함께 정치력·행정력으로 국비는 물론 기부금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가 제격이라는 여론이 무성하다.
그래야 개교 30주년을 맞는 GIST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어서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중앙부처 및 정치권과의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
예컨대 GIST를 제대로 키워내려면 국가 재정적 지원과 함께 대기업의 기부금도 대거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광주·전남 출신 대기업 회장이 GIST 아닌 타지역 과기원에 500억과 300억을 기부한 것을 보면 한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GIST는 설립 당시 금호, 삼성, LG 그룹에서 각각 건물 1동을 지어준 이후 최근 광주지역 한 기업인이 현금 10억을 내는데 불과한 처지다.
최근 울산 지역 향토기업이 300억원을 선뜻 내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지역 발전과 상생할 거점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여느때보다 총장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세 후보가 '함량미달'이라는 여론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재공모설이 나오는 이유는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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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꼴려 2023-04-02 15:26:56
    지 꼴리는대로 아무렇게나 짖어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