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회사에서 딴살림 광주은행 제2의 삶
우리금융회사에서 딴살림 광주은행 제2의 삶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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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는 시민생활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 한 주간의 경제이슈를 해부,분석하는 '인사이드 경제'를 신설합니다.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우리 지역의 현안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명쾌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하는 인사이드 경제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바랍니다. <편집자 주>>


광주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의 기능재편 최종합의가 이뤄진 지난 2일, 각 언론사에는 양측간의 미묘한 긴장관계를 느낄 수 있는 보도자료가 전송됐다.
광주은행에서 보낸 자료에서는 '독립법인'유지가 강조됐고, 우리금융 보도자료는 '원뱅크(One Bank)'체제가 갖춰졌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광주은행은 줄기차게 주장해왔듯이 '독자생존'쪽에, 우리금융은 '완전통합'쪽에 무게를 실어 합의서의 행간을 읽은 것이다.

똑같은 합의문에 대한 이같은 시각차는 양측의 관계가 겉으로는 말끔히 정리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불안한 동거상태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광주은행과 같은 처지인 경남은행과 함께 '한지붕 세가족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및 우리금융그룹이 이날 은행회관에서 합의한 내용은 그동안 줄다리기를 해 온 쟁점들로 모두 11개항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이 됐던 독립법인 유지여부와 관련, 우리금융측은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강제적인 통합은 추진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광주은행 입장에서는 지주회사내에서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독립법인 유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말하자면 당초 바라던 '분가(分家)'는 하지 못했지만 한 집에서 '딴살림'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된 셈이다.

대신, 광주은행은 신용카드사업부문은 우리금융그룹 내 우리신용카드(주)로 매각하고, 은행전산망(IT)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일내에 우리금융정보시스템(주)로 조건부 통합하기로 했다.

또 광주은행노조와 직원들의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린 구조조정문에 관련, 인력과 점포에 대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때 광주은행은 카드사업과 IT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인사, 조직 등에서 독립경영과 경영자율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딜'을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독립법인' '통합' 미묘한 긴장
경영자율 대신 카드·IT 통합
지역민 격려와 우려 애증 교차


기능재편후 은행명을 현행대로 사용하되, 대외문서나 홍보등에는 '우리금융그룹 광주은행'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도 이같은 통합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광주은행은 이와관련 "기능재편 후에도 광주은행은 현행과 같이 우리금융지주사내에서 지방은행의 역할을 변화없이 수행하게 된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선진금융기법을 통한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는 등 이전보다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인격 유지와 관련, 양측이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영속적인 법인격을 유지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광주은행의 독립법인유지가 영속적인 것은 아니다는 점도 광주은행의 경영능력 등과 관련해 주목된다.

광주은행은 지난 98, 99년 두차례에 걸쳐 광주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2,5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0년 말 정부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아 모든 주식이 무상소각되게 됨으로써 결국은 애꿎은 소액주주만 피해를 입게 한 뼈아픈 '원죄'를 안고 있다.

광주은행은 이후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클린뱅크로 거듭난 뒤 또다시 지역민의 성원에 힘입어 자신들이 바라던대로 '독자생존'(비록 한지붕아래 딴살림이지만)의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제2의 삶'을 얻은 광주은행이 '원죄'를 훌훌 털고 건실한 경영으로 지방은행의 역할을 다하며 명예를 회복할지, 아니면 눈먼 지역정서에만 기댄채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으로 또다시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될지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각에 격려와 우려, 그리고 애증의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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