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꿈,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
학부모의 꿈,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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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창이 뜬다.
순간, 나 자신도 모르게 눈살부터 찌뿌려진다.
한때는 잔잔한 떨림으로 문자 메시지 창을 열었는데, 요즘 들어 나에겐 또 다른 공해꺼리로 와 닿는다.

'오, 필승 코리아, 월드컵 우승까지! 우리 모두 히딩크가 됩시다.'
처음엔 붉은 악마의 차원 높은(?) 응원정도로 이해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육위원 출마 예정자의 소위 이름 알리기 작전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교육위원 선거와 월드컵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연일 이 난리야'

교육위원 선거에서조차 월드컵 분위기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잦아지는 문자 메시지 공세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는 그들의 의도가 표면화되지 않으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으려했겠지만,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진 또 다른 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로서는 교육위원의 자질로까지 확대해석 되면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교육위원 선거를 눈앞에 두고, 난립하는 후보들 속에서 도대체 무얼 근거로 해서 그들을 판단해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물론, 선거가 본격화되면 다들 그럴듯한, 비슷비슷한 공약들을 제시하겠지만 '이대로만 되면 천국이 따로 없게'식의 냉소적인 분위기만 만연한 채, 결국은 학연과 인맥이 중심이 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사실, 우리 학부모들에게 있어 교육위원의 이미지는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가는 그런 모습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입지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퇴직교육관료 출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재의 교육위원의 구성자체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사)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교육위원의 구성에 있어 학부모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이 각각 66%와 88.8%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대변할 학부모 대표의 교육위원에의 진출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예전에 비해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보장되긴 했지만, 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인 만큼 교육위원 구성에 있어 학부모의 참여가 일반화된다면 교육자치의 의미가 순수하고도 분명하게 실현될 수 있는 방안들을 단계적으로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학부모가 만들어 놓은 교육 문제들도 상당히 많다.
학벌, 학력 사회가 만들어 논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잘못된 교육열로 우리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간 한 축에 학부모가 있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같은 학부모로서 가슴이 저려오는 부분이다.
학부모의 힘으로 학교를 바꾸어 보려 했을 때, 학교 못지 않게 '관행'이라는 울타리를 고수하던 주변 학부모들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나마 우리 교육에 있어 한 줄기 빛이 보인다면 그건, 학부의 자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우리 학부모는 '주변'이었다.
부모에게 있어 목숨과도 같은, 최고 가치인 우리의 아이들을 맡겨놓고도 우린, 그 아이들 때문에 스스로 주변이길 자초했었다.
그런 학부모가 '싸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과정이 있었다.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문제점의 본질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들이 있었다.

'참교육'이 그 중심에 있었고, 참교육의 중심엔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학부모가 교육에 있어 주체 선언을 한 것이다.
이제 그 주체 선언이 교육위원 선거에 있어서도 그 힘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학부모가 학부모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위원구성에 있어 학부모 대표를 원하는 건 학부모가 가장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저기서 전문성과 고유영역 운운하면서 학부모를 몰아칠지도 모르겠다.
교육위원을 뽑는데 있어서도 반수 이상을 교육경력자로 한정하고 있는 걸 보면 교육에 있어서 소위 전문성의 권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육에 있어서 전문성이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지금의 우리 교육 현실에 있어서는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교육 철학이요, 그 교육 철학을 담보해낼 수 있는 의지라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 조사에서 학부모 대표가 교육위원으로 진출하여 해야할 일 중에 교육비리와 낡은 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걸 보면 오늘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학부모의 눈이 어떠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이라는 문제를 놓고는 그 본질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절실하다고 본다.
교육의 본질은 '삶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삶을 살리는데는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세상'의 아름다음을 알아가게 하는 것이다.
분배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 구조 속에서의 선택권이란 것은 결국 가진 자의 오만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적어도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는 기회균등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있어 보편적 진리를 잊어 버리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누구 나가 제각기 행복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학부모의 꿈이다.
그 꿈을 올바른 교육위원 선거를 통한 교육자치 실현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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