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으로 돌아가는 Mr. soc'
'야인으로 돌아가는 Mr. soc'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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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과실보다 미래 전남의 기초다졌다'자부 허경만 전남지사>


"시도통합이 최선이라는 소신 변함없다"
"더욱 악화된 지역감정 걱정...퇴임후엔 그간 안해본 일 할 터"


원칙과 소신주의자, Mr.SOC 라고 불리기도 했던 허경만 전남도지사가 민선 7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다음달 1일 야인으로 돌아간다.
허지사는 전남발전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수해양엑스포유치'와 '도청이전사업'의 성공적 추진이 꼭 필요하다는 변함없는 소신을 밝혔다.
퇴임이후 "그동안 안해본 일을 해볼 생각"이라는 허지사를 2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재임동안 제일 보람있는 일이 있다면
-서남해안 일주도로를 국도로 승격시키고 고흥-여수간 연륙교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전남의 내일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고 자부한다. 전남발전의 미래를 위해서는 SOC(사회간접자본)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후임자들이 기업이나 외자유치, 관광, 산업구조개편, 농업발전정책을 추진하려해도 SOC를 확충하지 않고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어떻게 전남에 SOC를 끌어들일까하는 고민 끝에 해양엑스포 여수유치를 추진한 것이다. 해양엑스포는 YS정부시절 유치결정을 이끌어냈을 때 2/3가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또 한가지는 전남도청이 지사 개인이 아닌, 조직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사가 한달을 자리비운다 해도 도정은 차질없이 운영된다. 공직자들에게 감사한다. 누가와도 이같은 시스템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평소 SOC 지사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데
-도정 업무가 7천여가지가 넘는다. 도민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에 따라 도지사에게 서운한 맘을 먹을 수 도있는데 지사는 모든 것을 다 아는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어떻게 세우고 다양한 문제들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느냐에 있다.
고속도로 하나 준비하는데도 4년이 걸린다.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고 임기내 평가에 집착했더라면 SOC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의 과실을 만드는데 몰두했을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농업 전남에 대해서인데, 지난 80년 수치를 보면 전남의 비닐하우스 면적이 경남보다 월등히 높았는데 민선 취임당시 95년에는 경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안한다.
태풍피해복구를 위해 대학생들이 중간고사도 연기하고 한 농가에서 벼세우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때다. 나도 현장에 나갔는데 정작 논주인은 논두렁에 서서 뒷짐지곤 "학생들을 불렀으면 먹을 것도 제공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기가막힌 말을 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과 주위에서의 역할도 중요하고 농민들의 의식도 달라져야한다.

▲도청이전과 시도통합에 대한 소신은
―(목소리를 높이며)난 정치생명을 걸고 시도통합을 추진했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맘에 안들더라도 시도민이 통합을 결정하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층은 어떠했나. 수수방관하면서 '허송세월했다'고 비난하지 않았나. 전남을 위한 자구책으로 도청이전을 추진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후보들이 도청이전을 반대했는데 시도통합을 안하면서 도청이전을 반대하려면 전남지사를 해야지 왜 시장을 하겠다고 나서나. 최선은 시도통합이고 도청이전은 차선이라는 소신에 변함없다.

▲박광태 광주시장 당선자가 제2청사 활용론을 들고 나왔는데
-(2청사가 필요하다면)도내에 있어야지. 시급한 것은 중앙정부예산을 차질없이 확보하는 것이다. 차라리 서울에 두지. 지금처럼 전자결재의 비중이 높고 교통, 통신, 정보화 추세에 따라 지리적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시대에 제2청사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뿌리'란 말은 광주전남이 같이 살자는 말로 이해해야한다. 너희는 말라죽든 말든 우리는 잘먹고 잘살련다 식이 되선 곤란하다.
도청을 옮기지 않으면 전남의 미래는 없다. 역지사지로 생각해야한다.
사람들이 도심공동화 운운 하는데 도시발전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그렇다면 시청도 안나가야지. 후임지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생각은
-경상도지역에서 느끼는 일종의 선민의식, 전라도에 갖는 비우호적 감정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말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후대들은 지금보다 훨씬 불리하고 어려운 여건에서 생활하게 될 것인데 정말 답답하다.

▲퇴임후 계획은
-지금까지 미처 손대지 못한 일, 이제까지 안해봤던 일을 해볼 생각이다.

허지사는 안해봤던일이 뭐냐는 질문에는 '두고보자'는 말로 대신했다.
허지사는 지난 69년 광주지검 검사로 부임한 이후 80년 김대중내란음모 사건때 변호인, 85년 신민당 돌풍때 정치에 입문한 이후 5선을 거쳐 민선 전남도지사에 취임하는 등 줄곧 화려한 정치 경력을 자랑해 왔다.
허지사는 그러나 집무실에 있을 때는 하루종일 열마디이상 하지 않을 정도의 과묵한 성격인데다 매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독서광이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허지사는 '건륭황제' 10권째를 읽고 있었다. 또 재임기간 동안 모두 2백50여차례 이상의 산행을 즐겼을 정도로 '등산매니아'인데다 바둑 애호가(아마 6단)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역의 뿌리'에 대한 언급을 했다. 또 악화된 지역감정에 대한 우려를 거듭했다. "백제에 전쟁을 통해 흡수되다보니 이를 전후한 역사가 송두리째 매몰됐다"면서 지역의 미래를 위한 뿌리찾기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지사는 이를위해 재임중 지역출신 재벌들을 통해 연구소 설립을 제의한 적이 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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