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균 화백, 오월 그날의 아픔을 '7점의 목탄 그림'으로 승화
강연균 화백, 오월 그날의 아픔을 '7점의 목탄 그림'으로 승화
  • 주미경 기자
  • 승인 2020.04.29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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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 5번째 전시…5월 7일~24일 '예술공간 집'
“40년 전의 참상을 가슴에 담다 목탕으로 그려내”

80성상에 접어든 강영균 화백이 ‘오월 그림’을 선보인다. 오는 5월7일부터 24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다. '하늘과 땅 사이-5’를 통해서다.  

예술공간 집은 다음달 7일부터 24일까지 5·18 40주년 기념 특별전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를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5월 7일부터 24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 강연균 화백의 5·18 40주년 기념 특별전에 선보인
‘선혈이 낭자한 YWCA’ 등 작품

1981년 작 ‘하늘과 땅 사이-1’을 서울 신세계미술관에서 전시한 데 이어 지난 1995년 4번째 시리즈를 선보인 후 24년만이다. 오월 광주를 그린 최초의 회화작품을 시리즈로 전시하는 셈이다.

전시작들은 지난해 11월 5·18기록관 주최로 열린 시민집담회에서 하룻동안 소개됐던 작품이다. 예술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많은 에술인들에게 회자됐다. 검은색 목탄으로 그려진 작품들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붉은 피가 고인 헬멧과 먹다남은 빵 한 조각, 수레를 끌고 가는 두 남자, 총알이 박힌 우체통. 등 당시 오월 그날의 참상을 뚜렷하게 되살리는 7점의 작품은 20호 크기다. 80년 5월19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그가 보고 가슴에 담은 장면들이다.

강 화백은 40여녀전의 기억을 다시 되살리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자신은 천상 예술가이기에 말 보다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나온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니까 강 화백은 1980년 5월22일 전남도청으로 갔다. 시민군들은 자신이 가져온 김밥을 너도나도 집어들었다. 신원을 을 알수 없는 무명열사의 관이 보였다.
계엄군이 총격이 있던 27일 아침, YWCA를 찾아갔다. 2층 입구 창문,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시민군(박용준)의 자리에는 덩그라니 헬멧이 놓여 있었다. 현관 앞 계단엔 붉은 피가 선연했다.

'우다방'이라 불리는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 우체통은 수많은 총탄 흔적들로 처연했다. 시체를 끌고 가는 사람의 모습도 보았다. 이 장면들이 모두 작품으로 승화됐다.

강 화백 자신이 지금껏 가슴에 안고 살아온, 그러니까 그날 이후 하루도 잊어버린 적이 없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옮겼다. . 피가 흥건히 고여있는 헬멧을 보자 마음이 울컥했고, 그 옆에 덩그마니 놓여있는 빵 한조각, 광주우체국 앞 우체통에 박힌 총탄 자국, 그게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모두 검은 목탄으로 그렸다. 대신 헬멧에 담긴 피와 YWCA 계단앞의 작은 핏자국만 붉은색으로 그렸다.
강 화백이 목탄 그림을 선보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월 그날 광주 시민들의 마음은 모두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 버린 숯덩이 같은 마음이었기에, 그 마음을 그리는데 목탄을 사용했단다. 목탄을 씀으로써 생각을 꾸미지 않고 즉흥적으로 쏟아낼 수 있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광주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19일부터는 광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간 뒤 22일 광주로 내려오던 날, 순창에서 담양으로 넘어가는 길에서 논두렁에 쳐박힌 시내 버스는 목격한 장면을 그려 이번에 전시작으로 내놓았다.
강 화백이 이번에 표현하지 못한 장면이 있다. 금남로 장갑차 위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 있던 ‘시민군의 모습’을 그리고 싶단다. 이번 전시에는 1979년 작 ‘장군의 초상’도 처음 공개된다. .

강 화백은 ‘오월 광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하늘과 땅 사이’ 시리즈를 이태호 교수와 함께 책으로 엮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한편 강 화백은 광주 에서 태어났다. 일제 강점기 마지막에 태어나 한국전쟁과 1970~80년대를 거치며 4·19, 5·18을 경험했다. 1980년 당시 마흔이었던 그는 오월 그날의 잠상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 끝에  1981년 ‘하늘과 땅 사이-1’으로 명명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1984년, 1990년에 두 번째 세 번째 ‘하늘과 땅 사이’가 그려졌다. 네 번째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 당시 안티비엔날레로 열렸던 통일미술제에 걸린 만장이다.
이어 올해 40주년을 맞아 다시 오월을 그린 7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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