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릴레이기고-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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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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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정치'는 곧 '선생님'으로 표현되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 뒤에서 사진을 같이 찍었던 사람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됐다. 왠지 모르게 선거철만 되면 지역의 일꾼이 아니라 김대중대통령을 잘 보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줘야만 했다. 그런 동안 김대중대통령은 광주를 대표하는 민주 정치인으로, 그를 따르던 이 지역 정치인들은 그를 잘 보좌하는 사람으로 행세했다. 그리고 선거철이면 광주시민들은 이들에게 압도적인 지지와 절대적 성원을 보내줬다. '압도적인 지지'라는 표현 말고 다른 말을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특정지역에서 김대중대통령을 제외하고 어떤 후보자가 90%를 상회하는 전폭적 지지를 내리 3번이나 받을 수 있겠는가. 또 어떤 곳에서 후보자의 인물됨됨이와 정책에 상관없이 김대중대통령과 찍은 멋진 사진 한 장이 당선을 좌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슬프게도 그들에게 있어 정치는 광주시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찌된 일인지 민주화의 표상으로 대표되던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부정부패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만나기 위해 기나긴 세월동안 기다림에 목말라 있던 광주시민들에게 그들이 보내준 것은 또 다른 절망과 좌절이었다.

국민경선이 지난 자리는 희망 아닌 좌절
더 이상 '선생님을 위해'에 속지 말자
4년 뒤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투표를


특히 요즘 이 지역 지방자치선거 후보자를 뽑는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제'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제 절망과 좌절을 넘어 분노하기에 이른다. 민주당은 참여민주주의 확대와 정당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다던 취지가 무색하게, 도리어 국민참여경선제를 부정부패의 경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또 곰곰이 생각해 보자.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것도 오월이면 어김없이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리는 광주에서.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 동안 우리가 민주당이 놓은 함정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쁜 정당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밀어줘야 한다는 덫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하고, 광주의 한을 팔아먹는 사람들에게 속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를 잘 대표할 수 있는 지역일꾼이 아니라 민주당과 그 소속 정치인들의 배만 채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왔다.

이제 두 눈을 똑바로 뜨자. 이런 사람들을 뽑으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한탄과 절망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어쩔 수 없이 뽑아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이제 선생님을 위하는 것이라는 유혹들에 넘어가지 말자. 광주시장선거를 대통령선거를 위한 전초전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의 말에 속지 말자. 이제 진정으로 광주130만 시민을 위할 사람을 뽑아보자.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 환경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사람, 자치와 분권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선량에게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보자. 이런 우리의 선택이 부패와 타락으로 얼룩진 오늘의 광주보다 다시 선거를 맞이할 4년 뒤 우리에게 좀 더 즐거운 마음을 선사해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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