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사장, ‘한전공대 설립’ 마지못해 따라한다?
김종갑 사장, ‘한전공대 설립’ 마지못해 따라한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10.14 0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이어 올해 국감서 ‘소신 답변’ 못하고 질타만 받아
대통령 공약사업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한다는 ‘소극적 자세’ 도마
비상경영 커녕 직원비리·일감 몰아주기·자재 중복 구입 지적도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덩치가 큰 기업이어서 그러나! 소신 없는 경영 때문일까, 아니면 윗선에서 밀어붙이니깐 마지못해 따라 나선 건가?

11일 나주 한전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김종갑 한전 사장
11일 나주 한전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김종갑 한전 사장

왠지 알쏭달쏭한 심정으로 국감현장에 취재를 나왔다.
지난해 이어 올해 열린 한국전력에 대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감현장에서 김종갑 사장의 답변 태도를 보면서 의문부호를 달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장의 경우 한전공대 설립이 가시화된 터라 여야의원들의 난타전이 밤늦게 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대선공약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따라 적자가 누적된다면 굳이 한전공대를 설립해야 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대안이 없다면 글로벌 기업이라고 자칭하는 한전의 김 사장이 업무에 관한 한 소신 있게 보고하고 현재 진행 중인 한전공대 설립을 앞장서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야당의원들이 다그쳤다.

이에 김 사장은 “한전공대는 설립해야 한다”고 어줍잖게 답변하자 곧바로 질문공세가 잇따른다. 답답하다 못해 한 의원이 소신 없이 그렇게 따라하는 건 “정치 xx”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올해도 지난 11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나주 한전본사에서 열린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한전공대설립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색다른 게 있었다면 나주지역 주민들이 국정현장으로 들어서는 의원들을 향해 ‘한전공대 국가발전 원동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감이 시작 되자마자 김규환 자유 한국당 의원이 피켓을 들어 보이고는 이렇게 질의한다.
“피켓 시위를 김종갑 사장이 시킨 거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김 사장은 “시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고 답했다.

주민들의 피켓시위는 이번 국감 초점이 한전공대 설립으로 모아지고 여야공방이 이어질 거라는 예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어찌 보면 한전공대 설립에 대한 주민들의 절박감을 대변한 것이고, 더 나아가 한전 김 사장으로 하여금 한전공대 설립이야 말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국가사업이다. 야당에서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여당의 지원사격 하에 당당하게 말하라는 묵시적 시그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누적된 적자는 야당에서 걱정하지 않아도 김 사장 자신이 선두에 나서 정부·지자체와 함께 해결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너무 긍정적으로 확대해석을 했구나’하며 이내 생각을 지워버릴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CEO로서 자신감 있게 얘기하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알았던 김 사장이 그럴만한 패기도, 용기도 없이 야당의원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꼴(?)이 외려 안쓰럽게만 느껴졌다는 점에서다.
물론 김 사장이 지난해와는 달리 논리적 답변을 하는 건 조금 나아졌다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은 답답함은 여전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한전 공기업 수장들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한전 공기업 수장들

지난해부터 불거진 한전의 적자경영 원인이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있느냐. 유가변동에 의한 것이냐, 학생인구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다른 방안도 있는데 굳이 공대를 설립하려 하느냐는 질의가 야당의원의 핵심 키워드다.
이에 맞서 여당의원들은 지역균형발전과 전문 인재 육성 등을 근거로 대학 설립에 찬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전 적자원인에 대한 질의 자료
한전 적자원인에 대한 질의 자료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대로 “유가가 지난해 70달러에서 올해 65달러로 떨어졌다. 적자는 더 커지고 있는데 한전 측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적자원인이 아니라고 자꾸 우겨대니 논란만 커지는 게 아니냐”고 공세수위를 높인다.
고유가 시대인 2013년에 1조5000억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 무슨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시 말해 경제논리를 가지고 해법을 내놓아야지, 자꾸만 ‘정치논리’로 답하려고 하니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현듯 지난해 국회 한전 국감장에서 “김 사장이 그렇게 답답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정부 xx같아 보인다”는 야당의원의 질타가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적어도 공기업 사장이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지, 그런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쩔쩔매고만 있느냐. 2만여 명에 달하는 공기업의 수장이라고 하기엔 CEO로서 리더십이 없다는 얘기다.

이게 안쓰러웠을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방어에 나선다. 원전 이용율이 93.4%로 가장 높았던 2008년 한전은 2조8000억원 적자였다.
하지만 원전이용률이 79.7%로 떨어지고, 두바이유가 배럴당 41딜러로 가장 낮았던 2016년에는 12조원 흑자를 냈다고 거들었다.

이런 공방 속에 김 사장이 내놓은 답변은 “원전 가동률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유가와 석탄가격이다”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한다.

이렇게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굳이 한전공대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를 대라, 대통령 임기에 맞추려는 코드사업 아니냐를 놓고 설전을 이어갔다.
야당의원들이 ’한전 공대를 설립해선 안된다‘는 기저는 이렇다.
우선 대전에는 카이스트(KAIST)가 있다. 광주는 지스트(GIST), 울산에는 유니스트(UNIST) 같은 특성화대학이 있다. 여기에 갈수록 학생 인구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성화대학에 대한 지원을 통해 한전공대를 키워야지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국민이 내는 전기세에서 거둬들인 한전발전기금을 공대설립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못 박는다.

한전 국감 현장
한전 국감 현장

당연히 이 지역 출신 송갑석 민주당 의원과 이용주 무소속 의원의 엄호사격이 잇따랐지만 기대 이하다.
송 의원(광주 서을)은 “고급인력에 대한 기업의 신산업에 대한 수요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학력인구 감소는 한전공대 설립의 반대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전공대는 세계적인 에너지 공대로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짊어질 대한민국 신산업 핵심축이 돼야한다”며 “야당에서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에 대한 근거 없는 딴지”라고 덧붙였다.

이용주 의원(여수 갑)은 국감 내내 자리를 비우다가 마지막으로 질의를 하면서 한전공대 설립 찬성을 얘기했지만 논리가 빈약해 보였다.
나주에서 열린 국감 현장이라 광주 전남 출신 의원들이 앞장서 시·도민들의 바람을 대변해주길 바랐으나 초선의원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듯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한전공대 설립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 하나가 불거졌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적한 ’한전공대 졸속추진‘에 관한 질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인 2022년 개교를 목표로 한다하더라도 교육법을 위반해가면서 설립을 서두르는 것은 편법이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대학을 세우려면 82개월이 걸린다. 한전공대가 정상적인 설립절차를 밟는다면 2026년에야 개교가 가능한데, 정부가 이를 앞당기기 위해 현행법을 위반한 채 설립인·허가를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이에 “법을 위반해서 추진하지 않겠다. 늦어지더라도 교육법 절차에 따라 하겠다”며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의 이런 원론적인 답변을 나무랄 수 없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글로벌 공기업 수장의 답변치고는 너무 고루하고 역동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국감 때 야당의원들로부터 된통 당해 봤으면 올해만큼이라도 대응논리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랐으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소신도, 패기도, 당당함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한전이라는 공기업 수장의 위상과 존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사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공약사업인 한전공대 설립과 광주형 일자리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가 경제실종과 함께 솔솔 나돌고 있다.

김종갑 사장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따라간다는 인상을 주었다는 대목과 맞물리면서다. 

이런 식의 의지라면 혹여 대학 설립 후 운영도 제대로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가 도와주고, 전남도 등 지자체가 지원하고, 2조원에 달하는 한전발전기금을 쓰고,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방침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소신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는 김 사장의 행태를 꼬집으라면 한마디로 ’아니올시다‘로 요약된다. 

그렇다고 국감장의 지적대로 기획재정부 지침도 무시한 채 퇴직자모임에 20년 넘게 일감을 몰아주고, 구입한 자재를 창고에 썩여둔 채 또 구입해 예산을 낭비하고, 직원들의 비리는 여전하며, 비상경영은 말로하고 방만 경영만 일삼고 있는 게 김 사장이 아닌가 싶다.
그의 리더십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에서 지자체를 넘어 지역민들까지 외면하게 된다면 김 사장으로서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