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일후보 경찰출두 '잠입·탈출'작전
이정일후보 경찰출두 '잠입·탈출'작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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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민주당광주시장후보가 선거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데 이어 19일 밤 금품살포와 관련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이후보는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을 동원, 사실상 '잠입·탈출'작전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취재중이던 사진기자가 폭행당하는 말썽을 빚었다.

19일 밤 10시께 문이 굳게 닫힌 광주남부경찰서 1층 수사과장실에서 이정일후보가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야근기자들에게 포착됐다. 당초 이후보의 출두를 예상하고 정문에서 대기중이던 취재진 20여명은 이후보의 출두사실을 이때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후보는 취재진을 교묘하게 따돌린 채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잠입' 출두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태성 기자

이정일후보 밤새 경찰소환 조사
자금출처·전달여부, 대책회의 등 집중추궁
취재진 따돌리고 '잠입',기자실 봉쇄속 '탈출'
몸싸움 사진기자 선거운동원에 폭행당하기도
기자들 "공인이 그릇이 저래서야" '괘씸죄'자초
이후보측 "참고인 조사 유감, 정치공작 의혹 대처"


이로부터 2시간쯤 후인 자정께. 진을 치고 대기중이던 취재진 앞에 수사과장실 문이 열리고 이후보의 모습이 나타났다. 방송과 신문사 취재및 사진기자 등에 에워싸인 이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2층 기자실로 올라갔다. 취재기자들은 뒤늦게 이것이 자신들을 따돌리기 위한 '양동작전'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후보는 기자실에서 약 2~3분간 회견(?)을 했다. 핵심질문에는 "조사결과를 보면 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그러더니 혼자서 일어나 기자실을 빠져 나갔다. 이후보를 쫒아 나가던 기자실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
는 이후보측 운동원들의 벽에 가로막혔다.

이후보의 '잠입'에 물을 먹은 사진기자들은 '탈출 작전'을 눈치 채고 현관과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2층 창문에서는 취재기자들의 급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망간다. 잡아라 잡아. 문 막어!"

현관앞에서 기자들의 촬영요청으로 난감해하는 이정일후보 ©김태성 기자

취재진은 이후보측 운동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이후보가 승용차에 탑승하자 몇몇 사진기자들은 차량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이후보측 선거운동원중 한 명이 H신문사 사진기자의 뺨을 때리며 폭행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경찰서 앞마당에서 폭행혐의로 입건될뻔한 이 선거운동원은 이 사진기자가 경찰조서를 작성하던중 고소를 취하해 가까스로 형사입건을 면했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한 한 기자는 "이후보가 아무리 참고인신분이라지만 공인으로 경찰에 출두한 것인데도 들어갈때부터 속이고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에서도 물의를 일으켰다"며 "광주시장후보감이 저 정도 그릇밖에 안되느냐는 등 기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언론노출에 대한 극도의 경계로 빚어진 이날 해프닝은 일찍부터 예견돼 왔다. 이후보는 경찰의 2차례에 걸친 소환요구에 불응해 왔다. 불응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들었다. 5·18기념식 등 행사때문에 바쁘고, 경찰서가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겠고, 어론에 공개하지 말 것 등을 전제로 달았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이날 밤 TV 9시 지역뉴스 등 언론을 타면서 비난여론이 일자 급히 소환에 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취채사각지대인 일요일 밤을 출두시점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조사에서 이후보는 예상대로 핵심쟁점을 비껴가며 자신과의 관련을 부인했다. 경찰은 조정래부위원장이 건넨 1천5백만원 출처와, 이 자금을 이후보가 조부위원장에게 지급했는지 여부, 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언제 이 사실을 알았는지, 무등산관광호텔 대책회의 내용 등을 집중추궁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태성 기자

이후보는 대책회의와 관련, "13일 무등산관광호텔에서 조정래부위원장을 만났지만, 조부위원장은 (구속된 조모씨에게)'한 푼도 안줬다'고 말했다고"고 말했으며, 조부위원장의 자금살포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책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돈을 안줬다고 해서 별 얘기없이 조부위원장이 태국 놀러갔다 온 얘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보의 이같은 답변은 대책회의에 같이 참석했다가 며칠전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모씨(이정일 선거대책부본부장)의 진술과 일치한다. 김씨도 경찰조사에서 당시 대책회의와 관련, 조부위원장이 돈을 한푼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조부위원장은 경찰에서 "(구속된 조씨에게)1천5백만원을 주기로 약속은 했으나 700만원만 주고 나머지 800만원은 안줬다"고 진술, 앞뒤가 맞지는 서로간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구속된 조씨는 2차례에 걸쳐 조부위원장에게 1천5백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고, 특히 조씨의 '녹취록'에는 2차로 800만원을 건네받을 당시 다른 선거운동원과 동행한 것으로 돼 있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사실관계는 금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정일후보선거준비위원회는 20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시민경선제 과정에서 우리의 자원봉사자가 선거운동비를 지출한 것과 관련 이정일후보가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게 된 점을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정래부위원장이 '회계책임자'가 아닌 '자원봉사자'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태성 기자

이후보측은 이어 "우리측의 선거운동원이 금품을 살포했다는 이른바 양심선언의 경우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선언의 당사자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상대후보가 부정선거의혹으로 제시한 투표용지 번호표는 그 후보의 선거참관인에게서 나온 것이 이미 밝혀졌다"며 "이번 사건이 후보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이 경찰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기 때문에 명명백백히 밝혀졌다는 것을 자신한다. 일련의 사건에서 풍기고 있는 정치공작적 조작과 음해의혹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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