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길과 푸른길을 랜드 마크로 만들자
5월길과 푸른길을 랜드 마크로 만들자
  • 이지현 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시인/연극인
  • 승인 2019.07.0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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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시인/연극인
이지현 시인/연극인

며칠 전이다. 페이스 북에 푸른길을 걷자는 번개 모임이 떴다. 5.18의 격전지인 광주역을 출발하여, 5월의 혼이 서린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자리한 동구를 거쳐, 광주항쟁 때 3명의 학생들이 산화했던 동성고(전 광주상고)가 있는 남구까지 장장 8.8km를 종주하자는 제안은 나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가난하여 실업 고등학교를 다닐 때, 지산동 뽕뽕 다리에서 시작하여 계림동까지 철길을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필자를 ‘노점상’이란 시를 통해 이름 없는 시인이 되도록 했던 어머님께서 노점상을 하며 노후를 즐기신 남광주역에 다다랐다. 어머님은 안 계시고 고향에서 산나물을 싣고 달리던 기차만이 사랑가를 부르며 앉아 있었다. 푸른길을 지키는 사람들과 시장님과 시민들과 기차 카폐에서 광주의 희망을 마셨다. 어머님 생각, 고등학생 출신 시민군들 생각에 뭉클해버린 토요일. 콩물국수를 먹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끽한 60여명의 얼굴에 희열과 공동체의 지도가 그려졌다.

광주에는 80년 5월의 슬픈 역사를 보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는 자랑스러운 길이 있다.

바로 5월길이다. 그날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청년 학생들은 살아있는 자의 부끄럼을 안고 주먹밥 정신이 흐르는 5월길을 걸으며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39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응어리만 쌓여 시커멓게 멍이 든 5월길. 그 가슴시린 길을 묵묵히 응원하는 길이 푸른길이다.

광주의 푸른길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폐선 부지를 활용하여 만든 보배다. 환경단체와 민주성지 광주시민들이 창조한 아름다운 공간이다. 아직은 가치가 덜 알려졌지만, 숲을 개성 있게 가꾸며 생명이 함께하는 길로 만들고, 군데군데 문화공간과 휴식공간과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푸른길이다. 민주주의의 교과서 같은 5월길, 그리고 그 옆에 어머님처럼 함께하는 푸른길. 대한민국에 이런 국보급 길이 어디에 있는가? 광주의 자랑이다.

필자는 5월을 잊지 말자고 5.18기념공연 ‘애꾸눈 광대’를 하고 있지만 잘못한 게 많다. 그 중에서 광주시민이 집단 배상으로 받은 상무대의 절반이라도 녹지공간으로 보존했어야 하는데, 도시 디자인을 몰라서 모텔들이 즐비한 도시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하고 있다. 구 전남도청 원형보존을 뒤늦게 주장한 우를 범한 것 못지않게 상무대를 녹색으로 지키지 못한 우리들의 죄. 분명 우리들의 잘못이지만 마냥 슬퍼할 일은 아니다.

유네스코에 기록된 광주에는 죽음을 뚫은 5월길과 자연과 희망이 숨 쉬는 푸른길이 있지 않은가? 5월길과 푸른길을 랜드 마크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광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꼭 걸어야 하는 명품의 길, 아니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주먹밥 공동체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희망의 길을...

며칠 있으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5월길과 푸른길의 교훈과 낭만에 취해보길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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