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교육민주화 선언과 교육자치 선거
5.10 교육민주화 선언과 교육자치 선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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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세월이 지나 꿈꾸던 그 세상이 도래했음일까? 암흑의 시대, 새벽을 밝히던 가슴 벅찬 그 날의 기억들이 우리 가운데 사라지고 있다.

5월10일, 이 날은 군사독재 시절, 4.19혁명 이후 처음으로 전국의 교사 대중이 관료의 말단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서 자신의 지위를 선언한 「1986년 5.10 교육민주화 선언」의 날로서, 어느덧 16주년이다. 이 날로부터 교육민주화를 향한 교사 대중운동의 큰 물결이 일어나고, 「전국교사협의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 이어지는 교사들의 구심체가 형성되었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 역사의 닫힌 벽을 때리는 선언의 시대, 외침의 시대가 사라지고, 넉넉한 가슴으로 뜻을 모아, 힘을 모아, 함께 실천하는 시대가 도래했건만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암흑이다.

16년이 흘러,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교육개혁'은 이제 오히려 정부가 더욱 떠들어대며, 학교운영위원회다, 교육자치다 여기저기서 소란스럽지만,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사, 학생 줄세우기 교육은 여전하며, 한편에서는 '세계화', '정보화'의 나팔소리가 웅장하지만, 성과급으로 교사를 길들이고, 계약제, 기간제 교사의 증대에 더하여 교원의 지방직화까지 가세하여 근무여건은 더욱 불확실해지고만 있다.

교육운동도 '민주/반민주'의 객관식 시대가 지나가고, 어쩌면 수많은 쟁점과 변수들을 해석하며 연결짓는 주관식의 시대가 도래했음일까? 어제에 뜻을 같이 했던 이들이 우왕좌왕 서로의 답안지를 흘겨보며, 눈치를 보지만, 그렇다고 믿지도 못하고, 자신의 확신도 없어 여전히 답안지를 걷어 갈 감독교사의 눈치만 보며, 서로 시간을 재고 있다. 어쩌면 문제는 논술형으로 고급화되었지만,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여전히 단답형 암기위주로 공부를 해왔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2002년, 광주 교육'에 던져진 시험문제를 추려보자.
첫째, 교사를 관료의 말단이 아닌, 국민의 대변자로 바꿀 수 있는 교육자치의 방도를 논하시오---이다. 즉 교사집단이 관료에 예속된 채 공범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 교육자치란 불가능하다. 학교민주화 없는 학교책임경영제란 결국 관료질서의 또 다른 강화에 그치고 말 것이다. 또 교사들이 관료질서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스스로를 쇄신하는 자정운동이 어떤 형태로든 활성화될 것이다.

과정이 곧 결과를 규정하듯 금년에 진행될 광주광역시 교육위원 선거와 교육감 선거부터 후보들이 어떻게 답을 쓸 것인지 주목된다. 누가 뽑히는 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를 통해 교육분야의 쟁점이 전 시민의 것이 되고, 지역민과 학부모의 교육 주권이 높아지는 일이다. 선거를 시민의 축제로 삼는데 기여하는 후보가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내가 할 수 있으니 믿어달란 말이요"보다는, "교육자치에 관해 나는 이런 답을 가지고 있으니 같이 검토해보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답을 만들어봅시다."라고 접근하는 선거문화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교육자치에 대한 구체적 공약, 즉 사람들에게 점검을 받을 수 있는 답안도 없이, 시험 출제자와 친하니 자신을 믿어달라는 둥, 다른 과목(예를 들면, 정치, 경제, 사회운동 등에서) 점수가 좋았으니 '교육'과목도 내 정답을 믿어달라는, 또는 작년 학기 점수가 좋았으니, 이번 시험도 나를 믿어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말이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후보를 세우는 과정은 공약의 공유과정, 즉 교육자치의 실천논리를 세우는 과정이다. '당선 아니면 패배'의 논리가 아니라, 지역민과 교육주체의 성숙을 근거로 당당한 양보가 가능한 선거논리를 세워야 한다. 정책도 공약도 없는 인물 중심의 선거논리는 지역의 교육운동역량을 분열시킬 뿐 미래는 암울하다. 운동주체의 집단적 실천논리가 압도하여 후보를 세우고 강제하는 것과 한참이나 거리가 먼 지금의 현실이기에 인물 중심의 논리가 교육운동역량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된 정책과 실천논리도 없이 여러 조직과 단체가 여기에 이용되는 것은 그 자신에게 스스로 위기가 된다.

지면의 제한으로 간략히 정리하는 우리 교육의 두 번째 과제는 '평준화와 서열화(학벌주의)라는 한국교육의 일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 것인지 정리하시오.----이다. 서열화를 획일화의 탈피라고 주장하는 수구세력과 다양화, 선택권의 확대를 주창하는 세력이 모호하게 얽혀 있다. 이 또한 교육자치국면에서 지역민과 후보들의 정책으로 바르게 정리되어야 할 부분이다. 여타의 입시제도, 대안학교, 자립형 학교 등의 문제가 모두 이 두 번째 문제와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봄이 왔지만 맑은 날이 많지 않아서 우울하다. 하지만 우울한 봄을 즐겁게 힘있게 살아가는 원리를 모두들 배우고 있다. 5.10 교육민주화 선언 16주년에 우리 교육현실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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