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문화감리를 許하라
축제에 문화감리를 許하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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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적으로 83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행사가 개최되는 축제공화국에서 요즘 같은 날씨는 축제에 제격이다. 우리지역에서도 지난 주말을 정점으로 5개의 축제가 동시에 개막하였다. 가까운 전북지역까지 합하면 총 7개의 축제가 개최된 셈이다.

어린이날까지 겹쳐 그동안 제대로 된 나들이 한번 못했던 가족들은 어느 축제를 가야할지, 어디가 재미있고 만족스러울지 즐거운 마음에 인터넷을 접속하였으리라. 어느 지자체의 홈페이지는 너무 접속량이 많아 잠시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앞으로 주 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지역축제는 더 호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해도 40여 개가 되는 축제가 개최되고 있지만, 축제다운 축제가 별로 없다든지 어디를 가든지 비슷비슷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축제의 각종 행사프로그램이나 음식, 기념품 등이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정형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부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낮고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간의 지역축제에 대해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어 해마다 비판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변화가 더딘 것일까? 축제의 현상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난 '정형화된 축제, '예산에 짜 맞춘 행사추진', '연계 관광상품의 미약', '전통문화의 사이비화' 등의 많은 지적들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선할 수는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은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일들은 관광과를 포함한 연관 부서들의 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순환보직으로 인한 축제업무의 전문성과 통일성의 결여 등의 문제는 현재의 여건상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축제전담인력의 전문성확보 문제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의 문제이다. 현재의 법적 테두리에서 '전문위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든지 아니면 '개방형 임용제'를 통해 축제와 관광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 가능한 방법은 조례를 제정하여 '축제추진위원회'를 '사단법인화' 하는 경우다. 독립적인 전문기구를 구성하여 축제나 관광업무를 상설적으로 연구하고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추진했었던 사안으로 올해는 의회의 반대로 설립이 무산되었지만 내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제시된 대안들은 자치단체의 여건상 실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한 내재적 조건, 즉 모든 지역축제에서 간과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해마다 축제를 개최하면서도 내부평가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지속적인 평가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매년 40여 개의 축제에서 150억 가까운 예산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에 대한 과학적인 통계축적이 거의 없는 것이 우리지역의 현실이다. 전년도의 행사와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차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마케팅과 홍보,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 등 현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축적된 데이터가 없기에 대부분 경험에 의존할 뿐이다.

이제 지역축제는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은 축제예산의 5%의 범위에서 문화감리를 실시하는 조례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조례 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외부 전문기관의 문화감리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설문조사와 행사모니터링, 준비과정에서 정산처리까지 축제의 전 과정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하는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에게 '축제에 문화감리제도를 도입할 것인지?' 정책질의를 할 예정이다. 첫 공론화의 과정이지만 만일 한 지역이라도 문화감리를 채택하여 조례를 제정하게 된다면 그 여파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며 지역축제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기대해 본다. 매년 실시되는 문화감리제도를 통해 우리지역의 축제가 새롭게 변화되어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문화난장'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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