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단체, 광주수영대회 D-200 ‘니콘 경품’에 반발
광주시민단체, 광주수영대회 D-200 ‘니콘 경품’에 반발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8.12.24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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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지자회견에 앞서 수영대회 조직위, 이벤트 경품 취소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2019광주세계수영대회 조직위원회가 최근 D-200일 기념 이벤트 행사 경품으로,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 계열사 제품인 (주)니콘(Nikon) 콤팩트 카메라를 경품으로 내걸자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4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류의 평화공존을 모색하자는 세계인들의 축제에,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조차 없는 일제 전범기업이 웃으며 발 디뎌서야 되겠는가”라며 “보편적 정의에 반하는 반인륜 기업이 더 이상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먼저 “지난 9월 20일~30일까지 추석맞이 ‘광주수영대회’ 6행시 짓기 이벤트를 실시해, 5명에게 니콘 콤팩트 카메라 5대를 지급했다”면서 “이벤트 경품으로는 니콘 카메라가 유일했다. 후원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니콘 카메라를 홍보해주는 기회였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평생을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사죄 한마디 못 듣고 있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나 일제 피해자들 투쟁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김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주)니콘에 대해 “일본을 대표하는 미쓰비시 계열사 중 한 기업이다. 미쓰비시는 2012년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자료를 통해 확정한 299개 일제 전범기업 중 한 곳이다”면서 “특히 일제강점기 가장 많은 한국인을 동원한 제1의 전범기업으로, 동원된 규모만도 무려 10만 명 정도였으니, 미쓰비시는 무고한 조선인의 고혈을 짜낸 인골탑(人骨塔)으로 지금의 부(富)를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또한 “‘한번 들어가면 송장이 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일명 지옥섬으로 알려진 나가사키 인근의 ‘군함도’ 탄광을 운영한 기업 또한 바로 미쓰비시다”면서 “우리는 군함도 탄광을 운영했던 미쓰비시머트리얼(옛 미쓰비시 광업)이 2015년 세계유네스코산업유산 등재 직후, 미군 포로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고, 중국인 피해자들과는 집단적 화해를 추진하면서도, 같은 시기 같은 현장에 끌려간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한국은 식민지여서 일본 국민으로 동원되었기 때문에 배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배상을 거부한 사실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다음으로 “전범기업 니콘의 행태는 과거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니콘이 운영하는 전시회장인 ‘니콘 살롱’은 2012년 6월 일본에서 활동하는 안세홍 사진작가와 사진전 전시 계약까지 마쳤지만, 사진전의 주제가 ‘일본군 위안부’인 것을 빌미로 전시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특히 “미쓰비시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현재 국내에서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 중 가장 많은 사건으로 제소된 기업이지만, 반성의 태도라고는 일체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심지어는 지난 11월 29일 대법원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미쓰비시의 책임을 인정하자, 미쓰비시는 판결을 문제 삼더니,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10대 어린 나이에 동원돼 강제노동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지금껏 외면하는 것은 물론, 한국 사법부 최고 법원인 대법원 판결조차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기가 찰 일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본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판결로서 확정된 법적 책임마저 보란 듯이 조롱하고 있는 미쓰비시를 두고 이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라고 따져 묻고, “사죄도 반성도 없는 일제 전범기업은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 발 디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직위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문제제기가 있자,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부랴부랴 니콘의 후원을 취소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니콘은 이미 ‘세계수영연맹(FINA)’ 공식 후원사로 정해져 있어, 조직위원회는 별도로 어떤 선택을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면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자 바로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취소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까 유선전화로 취소를 알려온 것으로 안다”면서도 “공식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콘이 세계수영연맹(FINA)’ 공식 후원사인 관계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났다는 데 대해 그는 “니콘이 전범기업 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 공식적으로 세계수영연맹에 문제제기할 것이다”면서 “니콘이 인류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는 이런 국제 행사에 후원할 자격이 없음을 세계 시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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