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90) 희우정송가[2]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90) 희우정송가[2]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8.29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후가 머리 조아리니 임금 덕 하늘과 같네

세종7년 5월 어느 날이었다. 세종 둘째 형님의 별서인 서교(西郊)에 납시어 주변의 경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때마침 기다리던 가뭄의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파안대소를 아끼지 않던 성군께서는 이 정자의 이름을 ‘즐겁게 내리는 비를 맞은 정자’라 이름하고 총애하는 신하에게 송가를 지으라 했다. 명을 받은 춘정 변계량은 12행 ‘팔언고시풍’을 지어 바치니 이것이 유명한 ‘희우정송가’다. 시인이 읊은 시를 임의 4행으로 끊어 읊었던 시 둘째수를 번안해 본다.

 

喜雨亭頌歌(희우정송가)[2] / 춘정 변계량

정자에 왕이 계셔 때맞추어 비가 왔네

왕과 군후 잔치하며 북소리 둥둥 울려

희우정 정자 이름에 임금 덕이 하늘같네.

王在于亭時雨沛然 王宴君侯其鼓淵淵

왕재우정시우패연 왕연군후기고연연

錫之亭名榮耀無前 君侯稽首聖德如天

석지정명영요무전 군후계수성덕여천

 

군후가 머리 조아리니 임금 덕 하늘과 같네(喜雨亭頌歌2)로 변역해본 율(律)의 둘째구인 팔언고시다. 작자는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1369~1430)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왕이 정자에 계시니 때맞춰 비 쏟아지네 / 왕이 군후와 잔치하며 저 북소리 둥둥 울리네 // 정자이름 내려 빛나는 영화 전엔 없었고 / 군후가 머리 조아리니 임금덕 하늘같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희우정을 기리는 노래2]로 번역된다. 성군을 따르는 만조백관 중에 춘정만을 선택하여 희우정송가를 지어 부르라 명한다. 명을 받은 신하는 희우정이 농사를 짓는 비가 내리게 하는 것이라 칭송한다. 그리고 이는 성군의 덕을 절절하게 기리는 내용을 담는다. 이것이 신하된 바른 도리이자 백성을 위하는 길이었다고.

시인은 성군이 정자에 납시시니 때에 맞추어 비가 쏟아졌다고 시상을 일으킨다. 다음에 성군이 군후와 잔치를 베푸니 북소리 둥둥 울린다고 칭송한다. 성군의 치적이 하늘도 감복했음을 칭송하고 있다.

화자는 성군의 높은 덕을 아우른다. 성군이 정자이름을 내리니 전에 없었던 영화라 전재하며 군후가 머리를 조아리니 이는 높은 성군의 덕이라는 칭송의 노래를 부른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군후가 머리 조아리며 우리 임금 만년수를 축원하였다 / 문인(文人)에게 부탁하여 그 전(傳)함을 길이 하실 새 // 신이 절하고 글을 지으니 많은 선비 중에 처음이었다 / 저 화봉(華峰)을 바라보니 오직 돌에 만 새길 만하네]라고 했다. 성은에 감사하고 높은 덕을 칭송하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왕이 정자에 계셔서 비오고 잔치하는 북소리에, 희우정 이름 빛난 영화 임금님 덕망 하늘같네’라는 상상력이다.

================

작가는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1369~1430)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1387년(우왕 13) 징사랑 전교시주부에 보직되고 전교시랑으로 옮겼다가 얼마 후 밀직당후로 옮겼다. 1389년(창왕 1) 여름에 비순위정용낭장 겸 진덕박사가 되었다.

【한자와 어구】

王在于亭時: 임금이 정자에 있을 때. 雨沛然: 비가 갑자기 쏟아지다. 王宴君侯: 왕이 군후들과 잔치하다. 其鼓淵淵: 저 북이 둥둥 울리다. // 錫之亭名: 정자이름을 하사하다. 榮耀無前: 영화가 전에는 없었다. 君侯稽首: 군후가 머리를 조아리다. 聖德如天: 임금의 덕이 하늘과 같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