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2) 해탈시(解脫詩)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2) 해탈시(解脫詩)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4.26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짐과 같음이오

지루한 임진왜란이 끝나고 평정을 되찾을 무렵 선조는 서산대사를 불러 위로 말씀을 나눴다. 못하는 곡차(穀茶) 한 잔에 주흥이 익어갈 무렵 선조는 즉석에서 죽화竹花 한 점을 쳐 주었다. 그리고 비상의 날개를 펴는 시 한 수를 지어 화제로 써 주었다. 그리고는 정중히 대사에게 즉석 화답을 요청했더니 스님의 기지는 장관이었다. 서산대사라고 어디 그 청을 뿌리칠 수가 있었으랴. 대사는 날렵한 일필휘호를 휘둘려가면서 즉석에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解脫詩(해탈시) / 서산대사 휴정

삶이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이 없어짐이니

구름은 실체 없는 것 삶고 죽음 다 같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짐과 같음이오(解脫詩)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1520~1604)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삷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과 같음이오 /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짐과 같음이라 //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인데 / 오직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고뇌로부터 해방하는 시]로 번역된다. 시인은 삶에 대한 고뇌와, 죽음에 대하여 달관하는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생을 초월하는 죽음은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는 초연함을 보이려는데서 일으키는 시심이다.

시인은 삶에 대한 자기 소신을 밝히고 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죽음 또한 한조각 구름이 일어났다가 없어짐과 같다고 했다. 수억겁의 세월이 지나오면서 우주의 전체적인 원리로 보아 사람이 사는 법이란 번갯불 한 번 번쩍거리는 그런 순간에 빗대고 있음을 보이는 시심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초연한 생각에 따라 시심에 취한 화자는 인간은 순간에 왔다가 순간에 가는 것을 구름에 빗대고 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인데, 오직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다고 했다.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죽고 사는 것도 모두가 한 조각의 구름처럼 실체도 없이 왔다 사라짐을 법리에 근거한 법문과 같은 시상이다. 큰 스님의 화답시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삶은 구름 일어남이요 죽음은 구름 없어짐이라, 구름은 실체 없으니 죽고 삶도 그와 같네’ 라는 상상력이다.

================

작가는[1권 3부 外 참조]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1520∼1604)으로 조선 중기의 승려, 승군장이다. 성균관에서 3년 동안 글과 무예를 익혔다. 과거를 보았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지리산의 화엄동 등 여러 사찰에 기거하던 중, 영관대사의 설법을 듣고 불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한자와 어구】
生也: 삶이란. 一片: 한 조각. 浮雲: 뜬 구름 起: 일어나다. 死也: 죽음이란. 浮雲: 뜬 구름. 滅: 없어지다. // 浮雲: 뜬 그름. 自體: 자체. 본래. 本: 근본. 본시. 無實: 실체가 없다. 生死: (사람이) 살고 죽는 것. 去來: (사람이) 가고 오는 것. 亦: 또한. 如然: 위와 같다. 같은 이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