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0) 황조가(黃鳥歌)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0) 황조가(黃鳥歌)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1.25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롭고 외로울사 짝을 잃은 내 신세여!

음양이라고 했고, 천지라고 했다. 사람은 남녀가 만나 한 가족을 이루는 것이 상례이듯이 이 풍진 세상을 그렇게 파도를 타듯이 함께 타고 넘는 것이 인간인지 모른다. 그런데 거기엔 반드시 반려자가 있어 외로울 때 같이 외로워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반려자가 곧 부부이다. 왕비 송씨가 일찍 죽어 2명의 여자 계실을 맞이하였는데 ‘화희’와 ‘치희’였다. 치희마저 고국으로 돌아가자 나무 밑에 앉자 꾀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불렀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黃鳥歌(황조가) / 유리왕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가 정다운데

외롭고 외로울사 짝을 잃은 내 신세여

곁 떠난 임 생각 하나 뉘와 함께 돌아갈까.

翩翩黃鳥      雌雄相依

편편황조      자웅상의

念我之獨      誰其與歸

염아지독      수기여귀

외롭고 외로울사 짝을 잃은 내 신세여!(黃鳥歌)로 제목을 붙여본 사언고시(四言古詩)다. 작자는 고구려 2대 유리왕(瑠璃王:재위 BC19~AD18)이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임이 떠난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펄펄 날아가는 저 꾀꼬리는 / 암수가 서로 정답게 하늘을 나는구나 / 외롭고 외로울사 임이 떠나 짝을 잃은 이내 몸은 / 앞으로 뉘와 함께 집으로(여기선 궁궐) 돌아 갈꺼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황조를 보면서 읊은 노래]로 번역된다. 유리왕의 설화에 나오는 삽입 가요로, [구지가]가 주술적인 집단 무요(舞謠) 또는 노동요의 성격을 띤 시가인 반면, 이 노래는 고대인의 이별을 소박하게 노래한 개인적 서정시라는데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로 보는 대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작품의 주제 또한 평이하여 독자에게 강한 호소력을 느끼게 한다.

시인의 노래 소재는 ‘꾀꼬리’라는 자연물이고, 주제는 ‘사랑하던 임을 잃은 외로움과 슬픔’이다.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의 자연물에 의탁하여 우의적으로 표현하고 하였다. 일찍이 유리왕은 아버지를 이별하고 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어머니 곁을 떠나 남방으로 방랑하게 되었고, 끝내는 왕비까지 잃게 되어 ‘화희’와 ‘치희’의 두 계비를 맞이하는 등 애초부터 정에 굶주린다.

화자는 두 계비 간의 사랑싸움으로 치희를 잃게 되자 인생무상을 느낀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때마침 정답게 펄펄 나는 한 쌍의 꾀꼬리를 보고, 두 계비의 시샘과 자신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비애감을 더했으니 시의 모티브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임이 떠난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 라는 상상력이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작가는 유리왕(瑠璃王)으로 고구려 제2대 왕이다. 재위 기간은 BC19~AD18년이다. 휘는 유리(類利), 유류(儒留), 주류(朱留)이고 동명왕의 맏아들이다. B.C17년 <황조가>를 지었고, AD3년 도읍을 국내성으로 옮기었다. 14년 양맥을 쳐서 멸망시키고 한나라의 고구려 현을 빼앗았다.

【한자와 어구】

翩翩: 가볍게 훨훨 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나는 모양이 가볍고 날쌔다. 黃鳥: 누런 새. 雌雄: 수컷과 암컷. 相依: 서로 의지하다. // 念: 생각하다. 我之獨: 내가 홀로다(‘之’는 주격 조사로 쓰였음). 誰: 누구. 其: 그(지시대명사로 쓰임). 與歸: 같이 돌아가다(‘誰’ 때문에 의문문으로 쓰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