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으로 세상의 아픔 치유할 수 있다면…
차 한잔으로 세상의 아픔 치유할 수 있다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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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지쳐 찾아간 그곳에, 나무로 된 상이 있고 그 위에 다기가 놓여있다면, 그리고 차 한잔을 함께 할 마음 넉넉한 사람이 있다면... 차 한잔은 그것으로 치유제가 된다.
따뜻한 찻잔의 촉감, 연한 녹색의 빛깔, 깊은 향기.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세상을 느낄 수 있다. 마음 깊은 곳의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롯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차로 도를 얻는다는 茶道가 있는 것일까.

그 차를 보급하는 것이 이승의 자기 몫이라며 사는 이가 있다. 해남의 오근선(41)님. 농민운동가, 지역신문 기자였던 그가 이제는 茶를 통해 세상과 만나고자 한다.

해남에서 나고 자란 그는 늘 이웃과 지역을 고민했다. 세상에 대한 꿈으로 가득하던 학창시절, 우연히 듣게 된 문병란 교수의 강연을 통해 피폐해져 가는 농촌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된다.
그 이후로 이어진 교회 선배들과의 학습을 통해 이 땅의 구조적 모순, 농민과 땅이 천대받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 그 길에 설 것을 결심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농민의 문제에 직접 뛰어들었다. 수세문제와 쌀 시장 개방에 대항... 늘 싸우기만 했다. '해남은 쌀'이라는 등식으로 생각하던 때이다.




그러던 그가 차를 만나게 되었다.
여연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대둔사 일지암이 다성(茶聖)이라 불리울 정도로 역사적으로 해남이 차 문화가 풍성했다는 것을 알게된 것. 값싼 중국 차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 또한 한몫을 해 우리 차 보급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차 보급 운동은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일본산 차나무는 벌레에 약하고, 많은 수확을 위해 밀집되게 나무를 심다보니 땅의 기력이 손실된다. 때문에 벌레잡기 위한 약을 쳐야 하고 땅심을 기르기 위한 비료를 쳐야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마시는 차가 화학비료와 제초제 투성이라면, 사람도 자연도 위하는 것도 아닐 터. 흙 살리는 농법을 차 농사에 도입하기로 하였다. 차 농장용으로 매입한 해남 북일의 땅에 6년여 동안 흙 살리는 일을 해온 것. 토착미생물을 배양해 그 미생물을 땅에 직접 뿌림으로써 땅을 살려낸다. 96년부터 시작한 이 일을 통해 올해는 만족할 만큼 푹신푹신 땅이 살아났다. 드디어 차나무를 심어도 된 때가 온 것이다.

농민회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일곱명의 사람들과 '남천다회(南賤茶會)'라는 차 모임을 만들었다. 차 공부도 하고, 무공해 자연농법으로 차 농사를 짓고, 유통도 함께 하는 '차 공동체'이다. 서로의 농장에서 생산된 생엽(生葉)은 보장된 가격으로 모임에서 매입을 하고, 유통을 통해 생긴 이윤은 공동기금으로 적립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유통 또한 회원제를 통해, 소비자가 단순히 차를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차를 통해 맺어진 인연으로 생산자와 생산지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에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 일환으로 이번 어린이 날에는 회원과 함께 하는 다신제를 갖는다. 직접 차를 따서 덖어보면서 생산하는 사람들의 힘겨움도 느껴보고, 서로 부대끼면서 정을 쌓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작은 찻잔에 우주가 들어있다. 햇빛과 바람과 비와 눈물과 땀, 눈동자, 손길, 숨결... 차 한잔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느끼며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어느새 차는 단순한 마실거리가 아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것이다.

북일차밭 : 061-533-3083, 017-616-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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