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평가-토론장으로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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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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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절반의 실패', '소수 마니아들 만의 동네잔치', '작품성은 "호평" 홍보와 진행은 "엉망".

지난 12월 14일 8일간의 일정을 끝낸 제1회 광주국제영상축제에 대해 이 지역 언론들이 쏟아 놓은 평가들이다. 이런 평가들은 사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국내의 다른 국제영화제와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 컨셉, 영화제를 이끄는 사람들이 비영화계 인사들로 이뤄진 점, 짧은 준비기간에 따른 각종 운영상의 문제 등.

행사주최측은 이에 대해 "녹녹치 않은 조건 속에서 좋은 작품을 끌어들이는 등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격려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서운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선정에 대한 호평은 관객동원의 실패를 비롯한 현실 속에 묻혀버리고, 이에 대해 주최측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광주국제영상축제의 김양균 조직위원장은 폐회사에서 "이번의 시행착오를 철저히 점검해서 다음 축제는 훨씬 더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다짐할 뿐이었다.

축제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지역의 영상문화의 발전을 기원하는 이들은 올해의 국제영상축제는 지난해와 달리 준비과정에서부터 알차게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지난해 첫 행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연 국제영상축제위원회는 "이번의 시행착오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을까.


광주국제영상축제 '예정된 절반의 실패'그후
2회를 위한 출발점은 제대로된 평가


국제영상축제 조직위원회는 최근 자체 평가서를 작성했다.
본지가 입수한 'GIFF2001결과보고서'는 행사 전반에 대한 개요와 각 섹션별 평가, 그리고 전반적인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개선점들을 정리하고 있다.

우선 9개의 섹센으로 구성된 영화제의 뼈대에 대해 조직위측은 "올해의 광주국제영상축제의 프로그램은 매우 알찼다"라고 평하고 있다. 3억원의 적은 예산으로 16개국 총 140편의 작품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스스로 '놀라운 성과'라며 만족해 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는 광주국제영상축제의 존재를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타 영화제와 비교를 통해 적은 예산과 인원을 감안 했을 때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자평이다.

개선점으로는 먼저 예산이 빨리 집행되어야함을 들고 있다. 사무국측은 이 점이 영화제 진행에도 차질을 자져온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 밖에 사무국에 전문성 있는 인력 유치,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책임 질 수 있는 사람 필요, 홍보, 영화제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구축등을 적시하고 있다.

조직위 내부 "예산과 인원에 비해 놀라운 성과" 자평
2회 컨셉 'Justice & Action'도 광주·국제규모와 거리감
"진정한 시민축제 만들자" 지역문화계 지적 귀기울여야


그러나 이같은 조직위의 결과보고서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당초 이 행사에 대한 가장 큰 지적 중의 하나가 컨셉이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없다. 컨셉이 정확해야 영화제의 규모도 정해지며,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 운영 계획 등이 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미 언론에서도 충분히 지적한 사항들에 대한 재탕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준비과정에서부터 시민사회에 공론화를 시켜 진정한 시민모두의 축제로 만들도록하자는 이 지역 문화주체들의 제안은, 그 평가에서조차 끼어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광주국제영상축제 염정호 사무국장은 "아직 사무국과 조직위원회차원의 최종 평가가 마무리된 것이 아닌 상태"라며 "자체 평가가 정리되는 대로 '필요하면' 공개적인 평가의 자리도 가질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영화제가 끝날 즈음 김양균 조직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영화제는 이번과 달라야 한다"며 영화제의 컨셉에 대해 "충의(忠義) 액션영화제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조직위 내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Justice & Action'이라는 컨셉이 '광주'라는 이름과 '국제'라는 규모에 맞는지에 대해 맞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조직위원회측이 지난 1회영화제를 시작부터 '시민의 축제'로 상정하고 시민과 함께 준비를 해 온 것이 아니고, 그 평가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의 흔적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예정된 실패'를 재현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광주전남문화연대 김지원 사무국장이 제기한 영화제의 공개적 평가 필요성은 적절한 지적으로 다가온다.

"광주국제영상축제는 이 지역 영화인 및 문화주체들을 끌어들이고 조직화하는 과정을 내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소중하다. 이러한 인적 토대를 쌓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대안까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을 거쳐야 제대로된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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