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그들이 들고 다니는 책을 읽은 사람이 발견되면 이제 그 사람을 대상으로 퀴즈가 나간다. 사실 요즘은 그런 사람이 쉽게 발견되는 편이다. 일년 가야 책 한 권 읽지 않던 사람들도 김용만과 유재석이 권하는 책들은 읽는 모양이다. 어떤 이는 아예 일 년 동안 문화방송에서 권하는 책만 읽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이다(책고르는 안목마저 이제 TV에 위탁해버린, 쯧쯧 가엾은 사람들이라니……. 한 번 생각해보라! 책을 읽지 않는 풍토가 문제라면 그 그릇된 풍토를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이 누구던가? 병 주고 약 준다라는 속담이 이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예를 달리 어디서 찾겠는가? 약이 달면 달수록 병은 깊어만 간다는 사실, 명심해야 할 줄 안다).
어쨌거나 그들이 내놓은 퀴즈들(대부분이 등장인물이나 줄거리 정도를 묻는, 말하자면 수준 이하인)을 다 맞추는 사람이 생기면 그(녀)에겐 당연히 보상이 주어지는데, 그 보상이란 게 이런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서가 가득 꽂힌 책들을 마음껏, 자기가 들어 옮길 수 있을 만큼 골라 가져가도 된단다. 뿐만 아니다. 그 서가 어디쯤엔 유재석이나 김용만이 감추어 놓은 100만원짜리 도서 구입권(이름하여 대박카드)이 숨어 있는데, 운만 좋으면 그 행운도 가져갈 수 있단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복권 상금처럼 잔뜩 가져간 책들이 라면 냄비 받침 말고 어떤 소용에 닿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 읽고, 글을 쓰고, 책을 파는 게 업인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정말 황공해서 몸둘 바를 모를 일이다. 문화방송 만세다!
아니나 다를까,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순식간에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순수익만 몇 억을 남겼단다. 창작과 비평사는 좋겠다. 돈 많이 벌고, 회사 이미지 좋아져서. 이대로라면 {봉순이 언니}가 그 짝 나는 것도 순식간일 것임에 분명하다. 작가 공지영이 직접 출연까지 했으니 말이다. 푸른숲 출판사 돈벌고, 공지영 돈 벌고, 문화방송은 국민들의 올바른 정서 함양에 막대한 공을 세웠다고 호평 받을 것은 당연지사인데다, 좋은 책을 읽게 된 국민들 정서도 참 많이 함양되겠다. 그래 많이도 함양되겠다! 다시 한 번 문화방송 만세! 만세! 만만세다!
내 다짐하건대, 그 만세 소리 그치는 날 국민들의 정서가 정말 함양되는지, 독서율은 정말 증가하는지, 아니면 문화방송 시청율만 증가하고 나머지는 되레 바닥을 기게 되지는 않는지 꼭! 꼭! 지켜보겠다.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