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문화계의 화두
새해 문화계의 화두
  • 김호균
  • 승인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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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정가의 숨가쁜 행보야 말할 것도 없고, TV에서는 벌써 '앞서가는 선거방송'을 광고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 지역에 올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문화의 계절이 다가온다. 아마도 이 두 바람은 묘하게 맞물리며 돌아갈 것이다. 어쩌면 월드컵보다 더 치열한 정치의 힘 겨루기가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굴 것이고, 제4회 광주비엔날레보다 더 다채로운 정치의 국면과 우리는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뜨거운 정치의 계절, 문화의 계절이 몰아댈 열풍 앞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불꺼진 구들장처럼 냉랭하기만 하다. 어쩌면 문화적 시스템을 통해 광주만의 독특한 도시이미지 구현과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월드컵이나 광주비엔날레를 눈앞에 둔 시민들의 반응은 '남의 집' 잔치를 구경하는 이들처럼 기대 자체가 크질 않다.

이렇듯 시민들의 반응이 미온적인 근본 원인은 어디에서 파생된 것일까. 이를 곰곰이 분석해낸다면 그것이 바로 올해 문화계 화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나 정치라는 공동의 문제, 공동의 관심사가 특정 계층의 것으로만 인식되어 왔다면 그것은 그동안 '문화'와 '정치'가 어떤 구도에서 구현되어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정치는 '선거철'에만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왔고, '문화'는 그런 정치인들의 도구로 전락해왔다. 88올림픽도, 엑스포도 정치적 계산수와 맞물려 돌아갔고, 하다 못해 지역축제 하나도 단체장의 얼굴 내밀기에 이용당해 온 것이다. 그래서 어벌쩍한 정치의 계절과 문화의 계절을 앞에 두고서도 시민들의 입맛은 그다지 동하지가 않는다. 기대를 하면 실망만 크다는 함수관계를 경험을 통해 체득해버린 때문이다.

시의원 구의원 단체장…
선거시장에 나온 많은 상품 앞에서
우린, 철저히 문화적 소비자 돼보자


그래서 나는 올 한해, 정치와 문화를 동시에 꿸 '화두' 하나를 생각해본다. 정치의 계절에 불어닥칠 광풍에서 이런 잣대를 가져보자는 생각이다. 그 잣대는 바로 '진정으로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문화전략과 시민들의 문화복지'를 구현해나갈 수 있는 정치인을 가려내 보자는 것이다. 만약, 시의원, 구의원, 단체장 등이 선거시장에 나온 상품이라면 우리는 철저히 문화적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우리들의 안목은 광주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문화'는 단순히 '문화'만이 아니고, 진정한 문화적 마인드는 경제적인 전략, 역사적인 맥락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장이 지닌 문화마인드, 지역일꾼들이 갖는 문화에 대한 비전과 관점은 직·간접적으로 우리들 삶의 패러다임에도 관여를 해올 것이다. 숨을 쉬는 공기처럼 일상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고, 우리의 사소한 삶의 조건들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화적 마인드를 평가 잣대로 삼고 정치의 계절을 넘어가야 할 이유들이다. 올해만큼은 진정으로 옥석을 구분해 가려뽑을 대안을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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