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심청' 진위, 용역사업문제로 비화
'곡성심청' 진위, 용역사업문제로 비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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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 살았다는 효녀 원홍장은 과연 전설 속의 '효녀 심청'일까. 지금 곡성군에서는 곡성이 효녀심청의 고장이라는 진위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각도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곡성군지기단이 곡성군이 실시한 효녀심청 연구용역 결과의 진실성 여부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3일 고현석 곡성군수가 이에 대한 공식 담화를 발표하면서 효녀심청 고장 진위여부 논란은 그 원류캐기 차원이 아닌 연구용역 사업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제1회 곡성심청축제를 치르고 난 뒤라 '심청골 곡성'에 관한 논란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난립한 지역축제의 당위성이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더더욱 여론의 관심사인 것이다.

"자격미달자에 맡긴 연구용역 믿을 수 없어…"
곡성군지기단 문제 제기


곡성군은 심청축제를 기획하면서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심청 원류탐구를 위한 용역을 의뢰, 지난해 11월30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학술발표회도 가졌다.

논란의 발단은 이 학술발표회로부터 비롯된다. 지난달 말 곡성군지기단(단장 조희목)이 학술발표회 결과물인 '곡성출신 실존인물 심청을 통해 본 효의 원류탐구'라는 연구를 전담한 양권승 전문연구원의 신분상 문제를 들어 연구성과의 진실성 여부를 언론에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곡성군지기단에 따르면 양씨는 박사도 아니고, 연세대 연구소의 정식연구원이 아닌 위촉연구원 신분으로 용역을 맡아 최근에 그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으로 그런 연구자의 연구결과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곡성군 "연구자 개인문제…결과가 군에 이롭다면 성과 인정해야"

이에 대해 고현석 군수는 지난 3일 '곡성심청 연구자 관련 보도에 관한 군수 담화'를 직원조회와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므로써 곡성지기단의 문제 제기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 담화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용역 계약당사자인 연세대 연구소측에서 양씨의 행실을 비난한 것은 당혹스럽다. 박사도 아닌 사람에게 연구를 맡긴 것이 잘못되었다거나 무슨 흑막이 있을 것이라거나, 심지어 박사가 아니므로 연구성과가 부실하다고 본다면, 이는 매우 부당하다.

곡성군은 최초로 양씨와 개인적으로 접촉, 연구를 의뢰해 제반 행정절차를 위해 사회발전연구소를 끌어들여 계약을 체결한 순서를 밟았다. 이때 연구주제와 연구소의 성격이 맞지않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우리에겐 연구자가 중요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했다.

양씨는 계약업무를 끝낸 뒤 연구소에서 해임되고 대학원에서 제적됐다. 1999년 7월에 계약을 체결해 올 1월 연구용역이 끝날 때까지 연구소 측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없었으며 연구용역비 2,990만원을 3회에 걸쳐 연세대총장 명의 구좌로 송금했다.

이미 계약업무가 끝난 상태에서 연구 성과가 아닌 연구자 개인의 일로써 군이 나서서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양씨가 일을 맡을 욕심에 의도적으로 우리를 속이고 연구소를 기만했으며 우리가 이에 속아서 연구용역을 맡겼다 한다 하더라도 결과가 우리 군에 크게 이롭다면 개인은 비판해도 성과는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학술용역의 성과가 심청사업과 심청축제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학술적인 논란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효녀 홍장은 변함없이 '곡성심청'을 뒷받침해 줄 것이다.'


곡성군지기단은 이에 앞서 심청축제가 개막되기 전인 지난 10월 초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측으로부터 받은 양씨의 불명확한 신분을 밝힌 공문을 곡성군수에게 공식 전달한 바 있어 이 같은 문제가 표면화된 지 2개월이 경과했다.

공문에는 심청연구는 양씨가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 주제로 위탁 요청을 해온 바 있어 순수학술차원의 연구로 판단, 일부 행정적 사무를 후원하는 일을 담당했을 뿐 심청 학술행사 및 학술발표문은 본 연구소에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양씨 개인의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곡성군지기단을 비롯한 곡성군내 여론은 곡성군은 연구용역비도 이미 계약을 체결한 학교(연구소)측에 지불했다는데 몇 달이 경과한 시점에서 전혀 모른다는 연구소의 회신사이에 엇갈리는 부분을 지적했다.

지기단은 대학 연구소가 양씨에 대해 소속 연구원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원 자격을 인정되지 않는 양씨의 연구(심청 원형설화)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곡성군의 심청사업 연구 용역 자체를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또 연구소 측의 서로 다른 답변과 태도에 곡성군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의구심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고 군수는 "용역사업이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에 곡성군으로써는 문제 삼을 게 없다. 그리고 그 공문은 연구소로부터 우리가 직접 받은 것도 아니어서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면서도 '연구소 내부 문제가 아니겠느냐'로 일축했다.

담화 내용 그대로 고 군수는 "연구 결과에 만족하기 때문에 연구자 신분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만을 거듭 강조했지만 연구자에 대한 충분한 인지없이, 관행에 따라 채택 또는 체결되는 용역사업의 문제도 짚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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