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장식 '초대받지 못한' 시민들
월드컵 개장식 '초대받지 못한' 시민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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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광주 염주체육공원 내 월드컵경기장 개장식 초청장과 무료입장권은 누구에게 배포됐을까.
광주구장 최대 수용인원은 4만3천명, 일반인에게 판매된 2만5천표는 모두 매진됐다. 그렇다면 2만여표에 달하는 초청권과 무료 입장권은 어떻게 나누어졌을까.


광주시는 입장권 배포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했으며, 광주시에는 6천5백55표가 배정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천131매가 초청장이고, 5천424매는 무료입장권이다.

광주시 생색내기에 '시민소외'

광주시는 월드컵경기장 건립에 공로가 있거나 내년 월드컵 기간동안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에 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들 표를 배포했다고 밝혔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그 원칙에 문제가 제기된다. 경기장 건립에 공로와 월드컵 성공개최의 주최는 특정개인이나 단체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졌고, 성공적인 개최 역시 광주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광주시의 초청장과 무료입장권 배포는 한마디로 '시민이 소외'된 지극히 행정편의적인 발상이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공짜표' 일부가 내년 선거관리용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광주시는 각급 행정기관, 금융경제계, 시민사회단체, 공공단체, 대학, 군부대, 경찰, 교육계, 의회, 언론기관 등에 이들 표를 집중 배포했다. 장애인단체나 관광안내원, 민박가구주, 교통봉사대 등 일반시민들에게도 그 몫이 돌아오긴 했지만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공짜표' 선거관리용 배포 비난도

시관계자는 "일반시민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애매하고 이번 배포 원칙이 월드컵 성공개최와 관련된 곳으로 되다보니 사실상 많은 시민들에게 제공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드컵 입장권을 강매(?)당한 공무원들조차 이번 일에 마뜩치 않은 표정들이다.


"표를 사서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초청되고, 한다하는 사람들에게만 무료입장권이 나누어졌다면 광주 월드컵경기장 개장이 과연 시민들의 축제가 될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시민들 역시 "무료입장권이 2만표 정도라면 시민들에게 관심을 끌 이벤트를 열어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 보다 더 좋은 월드컵 홍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결국 이번 일도 챙길 사람과 단체를 먼저 의식한 것으로, 이 때문에 좋은 기회가 광주시의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수준의 경기시설을 갖추지 못해 광주에서는 국가대표들의 경기를 단 한번도 관전할 수 없었고 또 앞으로도 그리 흔치않을 기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시민들의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하다못해 추첨이라도 실시해 이번 이벤트를 전시민적인 관심사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월드컵 시민축제로 뛰울 기회 놓쳤다

이와함께 이날 행사를 경기장 내의 축제가 아닌 광주시 전체의 축제로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느냐 하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개장식이 열린 경기장 안에서는 '광주의 빛, 세계의 평화'를 주제로 '광주 시민의 함성', '순간포착 행운을 잡아라', '호남우도풍물', '시민의 소리'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또 하프타임에는 인기가수 공연이 진행됐고 경기가 끝난 뒤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등 '다양하지만 이미 많이 보아왔던'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반면 같은 시간 수많은 광주시민들은 TV중계를 통해서야 비로소 광주에서 이런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 분위기였다.
한 시민은 "시민 모두가 경기장에 갈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시내 곳곳에서도 분위기를 북돋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래로부터 분위기가 올라올 수 있을 때 월드컵 성공개최는 보장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개장행사와 경기보다는 대통령의 광주방문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여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래 가장 낮은 민도를 나타내는 지역민심이라든지, 최근 민주당 총재직 사퇴 등 굵직한 현안들이 터져나오는 시점이어서 대통령의 광주방문에 대한 관심도 클 수 밖에 없지만 '우리의 행사'를 너무 외면해버렸다는 지적이다.

시민 참여만이 월드컵 성공보장

이제 월드컵이 200일도 채 남아있지 않은 시점에서 2002년 월드컵이 광주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염주체육공원 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월드컵경기장 개장식.
모든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빅 이벤트'임에 틀림없는, 또 이번 이벤트를 통해 침체된 월드컵 분위기를 제고할 수 있었던 기회를 너무 쉽게 지나쳐버렸다는 지적에 광주시는 이제라도 귀 기울여야 한다.
월드컵이 왜 그들만의 축제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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