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래는 어떤 모습?
내 미래는 어떤 모습?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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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CEO처럼 행동하라"/데브라 벤튼 지음, 신완선 옮김, 더난출판>

결혼하고 벌써 8년, 가끔 내 꿈은 무엇이었던가 생각하는 날이 있다. 나도 과거엔 비교적 잘 나가던 사람이었노라고, 나도 꿈이 있었노라고, 내 꿈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노라고 아무리 얘기해봤자 누가 들어주기나 하겠는가만, 가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네가 열 살 때 생각하던 서른 셋의 그 모습이니? 네가 스무 살에 생각하던 서른 셋의 바로 그 모습이니? 전업주부로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애써서 마음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씩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는 건 부인하지 못한다.

나의 가치를 경제적인 가치로 확인하고 싶어지고, 아직도 내가 맘만 먹으면 날 오라고 하는 곳은 널려 있을 거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냥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한번 살아봤음 좋겠다는 공주병 같은 생각도 해 보고, 별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돈도 벌면서 시간도 많은 그런 일은 없나 또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원제는 How to act like a CEO?

도대체 CEO는 어떤 사람들이 되는 것일까, CEO라는 게 도대체 뭔가. 혹시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방법이 탁 떠오르진 않을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빼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제 경영 쪽에서 책을 골라봤다. 전체적인 내용에서 보건대, 저자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비법이나 방법은 없었다.

자신에게 충실하라, 미래를 정확히 바라보라, 효과적인 결정을 내려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라,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라, 자금 조달과 보호에 최고가 되라, 힘든 경우에도 CEO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복음을 전하듯 세일즈를 하라, 훨씬 크고 더 멀리 생각하라, 쓸데없는 일은 버려라.

별로 어렵지 않은, 늘 들어왔던 아주 일상적인 얘기들이었다. 뭐가 새롭지? 이런 책을 왜 출판했지? 사람들은 이 책을 왜 사보지? 그런데 그 항목 하나하나에 나 자신의 얘길 대입시켜 보았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충실한가,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하던 그 모습이 아니라면 나의 마흔 살은 그리고 쉰 살은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미래의 나를 위해 어떤 비전을 갖고 준비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은 후, 당장 먼지 쌓인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내 열 살 적의 일기, 내 스무 살 적의 일기를 읽었다. 꿈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세상일은 내가 원하는대로 되는 줄 알았던 젊은 날의 내가 거기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에너지가 넘치는 나였다.

되찾고 싶었다. 아니, 누군가가 빼앗아간 게 아니니 되찾는다는 말은 틀렸다. 하여튼 지금의 나 역시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너지도 많고 꿈도 많은….

이제 매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제일 먼저 일기장을 펼쳐든다(아직 사흘밖에 안되었지만…). 일기장을 펼치고 오늘 해야 할 일과 어제 했던 일과 못했던 일을 정리한다. 오늘 계획을 세우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아이 데리고 놀이터에 나갈 시간도 정해 놓는다. 지키고 지키지 못하고는 두 번째 문제이지만 일단 계획을 세우면 좀더 나 스스로에게 충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가을 날씨 때문인지, 다소 우울해졌던 마음이 새로워진다. 그리고 또 그려본다. 마흔 살의 내 모습, 쉰 살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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