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 길잡이 '금호문화'가 역사 속으로
남도문화 길잡이 '금호문화'가 역사 속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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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잡지 홍수 속에서 광주지역 최초의 순수 문화예술종합잡지로 자리를 지켜왔던 '금호문화'(금호문화재단 발행)가 11·12월호(통권 192호)를 마지막호로 독자 곁을 떠난다.

지난 1983년 창간 후 18년여 광주·전남의 문화정보를 지역은 물론 전국으로 전달해온 '금호문화'가 금호그룹 차원의 긴축경영 방침에 따라 종간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에게 더욱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특히 금호문화 종간은 그동안 광주시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해 온 금호문화회관이 지난해 말 문을 닫은 데 이어 나온 것이라 기업의 재정난에 앞서 서울에 소재한 금호미술관, 금호아트홀 등의 운영과 비교할 때 향토기업으로서 지역 투자나 지원 차원에서 대조된다는 여론도 나온다.

광주 최초 순수 문화예술잡지 '금호문화' 종간
금호그룹 긴축 경영 따라 통권 192호로 발행 중단


'금호문화'는 83년 봄 계간지로 출발해서 격월간, 월간(88년)으로 발행 간격을 좁힐 정도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IMF를 맞으면서 재정 압박이 가중되어 올 1월부터는 다시 격월간으로 발간 체제를 바꾸었다.

그런 과정에서 창간 당시 200쪽 분량의 잡지 부피도 98년에 150쪽, 올해 격월간이 되면서는 100쪽으로까지 얇아졌고, 잡지 발행을 담당하는 인력도 대폭 감축됐다.

기업의 재정 감량을 잡지의 무게 감량으로 충당했지만 그마저 이겨내지 못하고 발행 중단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금호문화'는 광주·전남지역의 인물, 문화예술활동을 중심으로 남도의 역사, 문화를 집중 조명하므로써 고대문화유산, 향토문화, 문화재, 문학, 미술, 음악, 공연 등 호남문화 가치의 전파역을 맡아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1983년 창간 이후 호남 역사 인물 문학 등 전국 전파

또한 관공서, 도서관 등 각급 기관 단체는 물론 구독을 희망하는 개인까지 회원제로 등록받아 광주·전남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어디든 비매품으로 배포하면서 기업의 사회환원이라는 명목에 부합하는 금호문화재단의 출판문화사업으로도 주목받았다.

1977년 발족한 금호문화재단은 광주에서 최초로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금호문화'를 발간하면서 86년 금호문화회관(광주시 동구 동명동)의 단독 건물도 보유해 문화사업을 급속도로 확장시켰다. 잡지 발간 외에 장학사업 및 학술연구비 지원, 금호상 시상, 금호현악4중주단 창단, 금호미술관 운영 등 사업이 확장되면서 본거지도 서울로 옮겨졌다.

반면 광주에선 금호문화회관이 작년말로 폐쇄되면서 광주사무실 규모는 대폭 축소돼 계열사인 금호종합금융 사옥으로 편입해 들어갔고 결국 잡지도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경제 전반의 침체로 금호그룹도 감축 경영을 피해갈 수 없겠지만 지역민들은 또 다른 관점에서 아쉬움을 표시한다.

금호는 광주를 모태로 성장했고 금호문화재단 또한 광주에서 출발해 문화사업체로 뿌리를 내렸다고 보는데 재단 사업은 서서히 서울로 진출, 현재 서울에서 미술관·아트홀 운영 등 문화예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점을 들어 경영 차원에서의 광주 외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아트홀 등 문화사업 서울 집중…지역외면 지적도

이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회사 전반적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지난 96년 발간된 '금호 50년사'에는 고 박인천 회장의 금호문화재단 설립동기가 실려 있다. '예향이라고 불리는 지역 현실이 예향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함은 경제 사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문화사업에 대한 인식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기업의 오늘을 있게 한 지역민에게 그 이윤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재단 설립을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기억하는 광주 지역민들은 그래서 역사 속으로 묻혀질 금호문화회관, '금호문화'의 자취를 아쉬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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