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는 광주의 역사이며 미래"
"폐선부지는 광주의 역사이며 미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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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정기용씨 '폐선부지-도심 Art Park로' 강연>

철로가 걷워지고 난 뒤의 광주도심철도 폐선부지는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미처 거두지 못한 쇄석들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고, 생활쓰레기나 인근 공사장의 건축폐기물이 버려지기도 한다. 갑자기 비워진 공간에 뭔가가 새로 들어서기 전에 주차장으로 이용하거나, 자투리땅에 호박이며 깨를 심는 주민들도 있다. 그늘하나 없는 자갈길이지만 그 자체로 산책로가 되기도 한다.

폐허와 휴식과 새로운 생명이 공존하는 폐선부지가 공공예술 차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되고 있다.

"폐선부지는 땅이라기보다는 광주에 남아 있는 근대유적이며, 단순히 비어 있는 면적이 아니라 주변에 의해 살아 있는 잠재력이며, 이미 자연이 복원하려고 애쓰는 생태적 표현이고 폐기될 길이 아니라 새롭게 열어줄 미래다"

내년 제4회광주비엔날레 제 4전시의 주제인 '광주 폐선부지 공공예술프로젝트'의 큐레이터로 활동중인 있는 정기용씨(건축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그는 지난 10일 광주환경연합 등이 주최한 특별강연회 '광주폐선부지 푸른길, 도심의 Art Park로'에서 폐선부지를 녹색의 길로 만들어 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길은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는 역사입니다. 광주의 도심철도 폐선부지 역시 광주70년의 근대사에서 도심개발의 역사를 간직함과 동시에, 건설의 열기를 비켜간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가 보는 폐선부지는 짓고, 부수고, 다시 채우는 단순반복의 대상
이 아니다. 채우는 것은 이미 도심한복판에서 산 속까지 모를 심듯 심어진 아파트 숲으로 충분하며, 이제는 어떻게 적절히 '비워낼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이젠 '채워넣기'보다는
'비워내기'를 고민할 때


광주는 시민의 힘으로 폐선부지라는 '비워낸 공간'을 마련했으므로, 이 공간을 중심으로 광주의 역사와 함께 건물들에게 빼앗긴 도시를 진정 인간을 위한 도시로 복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옛 사람들이 정원을 꾸밀 때 거북모양의 바위가 있으면 연못을 만들어 거북을 살리는 것을 생각했듯이 '자연과 조화'라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그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2080년 쯤을 사는 30~40대 세대들이 자신들의 의미를 개입시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야지요."

이 같은 생각들이 광주시의 폐선부지 푸른길 조성사업에 적용되길 바라고 있으며, 비엔날레 제4전시 역시 그 과정의 하나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지혜가 깊어가지만 아직 나무한 그루 만들지 못하는 게 인간입니다. 줄기와 가지가 나무의 역사라면 길은 사람의 역사이고, 폐선부지 역시 광주도심의 역사입니다."

이제 그 역사가 인간을 위한 역사로 쓰여질 때가 됐고, 폐선부지 속에 광주의 역사와 미래가 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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