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론]문화예술의 도시 광주에 '문화지표'가 있는가?
[문화칼론]문화예술의 도시 광주에 '문화지표'가 있는가?
  • 김하림
  • 승인 2001.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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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홈페이지(www.metro.gwangju.kr)를 뒤져보면, 광주시 발전지표가 있고 그 중에 '문화예술도시'의 지표가 설정되어 있다. 그 세부 항목은 예산비율, 공연시설, 전시시설, 문화보급전수시설, 문화예술교육시설, 컨벤션 아트센터, 주제별 거리, 도서관, 민속촌,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 등의 10개로 구분되어 1996, 2001, 2011, 2021 등의 시기에 따른 지표가 설정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문화지표(cultural indicator)를 설정하고 있지 않는 자치단체가 더 많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발전지표를 설정했다는 점을 칭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의 수도권'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광주시로서는 사실 부끄러운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세부 항목에서 드러나듯이 문화기반시설 위주의 발전지표는 결국 하드웨어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지향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 문화 향수자인 시민들의 현실이나 요구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진정으로 '문화예술'의 도시로 발전하려면, 그리고 '문화산업'을 통해 낙후된 지역을 성장시키고, 지역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시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제고하는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문화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걸음은 바로 현재 우리 지역이 처한 문화의 제반 환경과 실상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문화지표의 작성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이미 60년대에 문화지표 작성에 착수했고, 우리 나라의 다른 지역에서도 문화지표의 작성과 분석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정 시대와 공간의 문화현상을 정확하게 조사하여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문화지표가 있어야만 올바른 문화정책이 수립될 것이고, 문화예술가들의 비전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는 문화지표 조사의 기본 방향을 "개별 국가나 사회의 문화적 독자성, 그리고 국제 비교분석을 위한 문화적 공통성을 보여줄 것, 둘째 개별 지표가 상위 개념인 규범적 가치나 방향 즉 삶의 질로서의 문화, 문화향유, 문화향유의 사회적 형평성을 보여줄 것" 등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결국 문화지표가 한 지역이나 국가의 문화의 총체적 이해를 위한 것이면서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높이고 넓히는 작용을 하는 것임을 밝혀 준다.

특히 하드웨어에 대한 지표보다는, 일년에 몇 번 극장이나 공연장에 가는가, 관람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음반이나 도서구입에 비용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 문화예술 동아리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는가, 개인적 차원에서 특정한 문화취미를 지니고 있는가 등등과 같은 시민들의 여가활동, 문화활동, 그리고 문화욕구 등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기본으로 지역 내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각종 조사와 연구를 통해 중장기 문화발전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위한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실행에 대한 평가와 환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민들의 문화향수 기회가 증대되어야 도시의 전반적인 문화예술 수준이 상승하고 인적 인프라가 축적되며, 이러한 잠재적 기반 속에서 전문적인 문화예술 창조자가 탄생하게 되고, 이러한 창조적 에너지는 다시 도시의 문화발전에 재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지표 조사가 실시되면, '문화예술의 수도권'이라는 자부가 사실은 허황한 것이었음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이 움트기 시작하고, 시민들의 자치적 문화활동이 꽃피우기 시작할 터인데.

/김하림[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조선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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