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축제 컨셉을 명확히 하자
김치축제 컨셉을 명확히 하자
  • 김호균
  • 승인 2001.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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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나가는 하늘은 온통 축제장에 띄워놓은 애드벌룬으로 가득 차 있다. 공 하나의 축제와 공 하나의 사람들, 그리고 공 하나만큼의 공허함……. 마치 막아두었던 봇물이 터져 나오듯 여러 통로와 방식으로 쏟아지는 지역 축제들을 지켜보노라면 불현듯 위기감마저 엄습해온다.

축제는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피와 살이 도는 생명체이고 그 생명력은 바로 축제를 호흡하고 느끼는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마련인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은 지역축제들에 대하여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적 의미와 형식의 축제가 자리잡기에는 우리의 축제역사가 너무 짧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초라하더라도 분명한 방향성이 있는 시작이라야만 그 축제는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듯 생명력을 지닌 채 성장을 해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역축제 대부분이 1회 축제가 가장 거창하고 2회부터는 여러 파행을 노정하고 마는 것이 지역 축제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관람객 수도 실제적으로 줄어들고, 부대행사는 천편일률적이며 1회에서 주었던 기대감마저 허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에 따라
현실적 조건에 따라
단체장의 입지 전략에 따라
좌충우돌 하지는 말자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광주김치축제이다.
남도음식축제가 있는데 굳이 김치를 특화시켜서 별도의 축제를 개최하려면 축제의 색깔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김치'라고 하는 전라도 지역의 뛰어난 문화상품을 채택하여 축제를 해나감에 있어서 '명확한 컨셉'이 서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도음식축제가 남도전통음식의 명맥을 잇게 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면 이미 김치의 명맥 잇기는 남도음식축제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김치축제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의 컨셉이 필요하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현실적 조건에 따라, 또는 단체장의 입지확보 전략에 따라 좌충우돌하지 말자는 뜻이다.

나는 이번 김치축제에서의 대표적 사건으로 '북한김치 등장'을 꼽고 싶다. 북한김치 전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김치가 왜 광주김치축제에 등장해야 하는지의 근본 이유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당초 축제의 컨셉이 명확하여 북한김치가 필요했다면 김치축제가 열리기 바로 직전에야 도착하는 파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조했다시피 '김치'는 전라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의 하나이다. 한국의 김치, 그 가운데에서도 전라도김치가 선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김치축제가 마련해내야 한다. 시민들이 즐기는 행사들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지만 김치축제는 좀더 산업화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의 영세한 김치 제조업체들에게 외국 바이어들을 연결해주고, 김치가 이 지역의 문화상품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일환으로 축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김치축제는 판은 벌려 놓았으되 어느 방면에서도 실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해왔다. 2회부터는 김치축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문제가 김치업체들이 부스 입점을 안하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축제 기간에 부스에 입점을 해도 업체들에게 수출이나 판매 등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전무하고, 업체에 전가되는 부담만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축제가 바로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되는 공식을 성립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치라는 문화상품을 제대로 포장하고, 소개하고, 즐기는 가운데 지역 문화상품의 성장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 역시 축제의 한 목적이 될 수 있다. 김치축제가 이 지역 김치 발전에 단비 역할을 해낼 때, 축제의 매뉴얼은 더욱 다양해지고 깊어질 수가 있다.

동원된 외국인들 몇이 즐기고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 김치 수출과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김치축제로 방향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시작의 방향성이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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