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러지지 않는 '교단의 꿈' 10년만에 임용고시 도전해요"
"사그러지지 않는 '교단의 꿈' 10년만에 임용고시 도전해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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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의 세월을 오직 한 곳만을 향해 달려왔는데 갑자기 길이 끊긴다면?
김선우 (34)씨가 그랬다. 전남대 사범대 화학교육 4년 과정을 무사히 마친 그가 군에 입대하던 90년 9월 17일까지만 해도 그는 제대하면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그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다. 9월 18일 사립대 사범대생들이 '국립대우선임용 정책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위헌 결정으로 하룻밤 사이 사라져 버린 '꿈'

때문에 임용후보 명단에 올라 교사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김씨는 군대를 다녀온 사이 유일한 꿈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수업료까지 면제해 주면서 '교사 되라'고 지원해 놓고 이제 와서 '교사가 될려면 임용고시를 봐야한다'니 이것이 백년지대계를 외치는 교육정책입니까"

아무리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도 그에게 교사의 길을 열어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결국 그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일반 회사 취직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가 학교 아닌 다른 곳에 적응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너무 높았다. "교사를 준비했던 우리들은 공부가 최고는 아니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아이들·학부모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했죠" 그래서 김씨를 비롯한 당시 사범대생들은 학문보다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하면 밤을 지새우는 날이 더 많았다.

제지공장·공무원 시험·공공근로까지
일 찾아 다녔지만 적성 안맞아


이런 김씨에게 영어·상식 시험 등을 우선으로 하는 직원 채용은 마치 어른에게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라는 말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영어공부에 머리를 싸매고, 이곳 저곳에 입사 원서를 써넣었다. 그러나 같은 화학계열이더라도 공대가 아닌 사범대를 나왔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회사측의 '딴지걸기'에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종이 만드는 제지공장이었다.

비록 생산직이 아닌 관리직으로 들어갔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달랐다. 김씨는 '양복 입고 버젓이 학교 선생님 할줄 알았던 애가 작업복 입고 다니네'라며 적잖은 실망을 담은 주위의 시선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승진의 한계도 느꼈다. "사범대는 사람을 키우는 학문이지 이익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죠" 결국 그는 1년 5개월만에 어렵게 얻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에도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했던 그는 공무원 시험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3년 정도 시험을 준비했지만 그는 실업자라는 압박감과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학문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에 병만 얻고 포기해야 했다.

직장을 얻지 못하고 서른이 넘어가는 나이 때문에 공공근로도 해봤다는 김씨. 그는 보건소 일을 돕던중 홍역 예방차 여러 학교를 돌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차라리 교대를 선택했으면 좋았을텐데" "90년 위헌 결정만 아니었으면, 정부가 조금만 우리를 생각했더라도 지금 나도 저 자리에 있을텐데" 그 때 느꼈던 분노 비슷한 설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다고 그는 전한다.

교육정책 인정한건 아니지만
아이들 위해 임용고시 도전


하지만 그것이 '용기'로 변했다. 애써 기억 속에서 지우려 했던 꿈을 이루고자 임용고시를 선택한 것. 결코 정부의 교육정책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결과는 아니다. 단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후 다시 선택한 길이다. 그래서 후배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단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슬픈 생각 하나. "도서관 분위기가 꼭 입시 분위기 같아요. 무조건 시험만 합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거든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숨통 조이는 현실을 보며 이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지 그는 걱정된단다.

임용후보명부등재 미발령교사 완전발령추진위원회 광주·전남지부 모임 13일 오후 4시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실 (문의 019-625-9925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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