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없는 영상축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보나
'광주시민' 없는 영상축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보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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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단오제는 아주 즐거웠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유일한 단오제라는 법성포단오제를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단오축제동안 굴비의 고장 법성포에서 내려가 '좋은 (술)친구들'과 '진짜굴비'를 먹기 전까지 나는 '지역축제'에 대해 '00아가씨선발대회'나 '먹거리장터', '야바위꾼들' 따위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법성포에서 2박3일동안 진행된 축제에서도 이것들을 볼 수 있었지만, 나에게 축제에 무감하던 나에게 가장 감동을 주었던 것은 그것이 지역공동체를 위한 축제라는 것이었다. 고향에서 매년 열리는 '왕인축제'조차 제대로 눈길 준적 없지만 최근의 지역축제라는 것이 얼치기 '관광사업논리'와 '정치공작'의 버무림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법성포의 예는 신선했었다. 축제라는게 그런게 아닐까. 먼저 자신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점 말이다. 자신들도 즐겁지 않은 축제에서 누가 즐거울 수 있을까? 즐거움이 의무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어떤 축제 때문에 지역에서 얼굴을 붉혀야 했기 때문이다. 그 축제의 이름은 '광주국제영상축제'다. 나는 이 행사의 모태가 되었던 지난 99년의 축제와 작년의 '광주국제청소년영상축제'를 지켜보았다. 99년의 행사는 광주지역 명망가들의 실체를 나름대로 보여준 것 외엔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했다. 행사조직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된 작년의 성과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광주'가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최근의 전주영화제 등 소위 메이저급 영화제 말고도 우리는 영화제의 홍수에 살고 있다. 인터넷과 대학, 사회·청소년단체에서 주최하는 무수한 영화제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아직 문화로서의 영화를 우리들은 충분히 즐기고 있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영화제가 많은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영화제는 어떤 이유에선지 모두 메이저가 되고 싶어한다. 청소년들에게 기백만원의 상금과 장관상들이 주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그래서 과민한 필자는 이들에게서 '어떤 불순한 의도'를 발견한다면 오버하는 것일까? 광주영상축제가 이러한 부정적인 것 투성이란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서두의 축제 이야기로 돌아가서 과연 '지역공동체의 동의'없이 도대체 가능한 축제가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의심하는 것이다. 메이저만큼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많은 국민의 세금으로 치루는 행사에 주인이자 곧 손님인 '광주시민'없는 축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일전에 약속했듯 국제영상축제 조직위원회가 '네번째 국제영화제' 운운하기 이전에 위와같은 문제제기에 실천으로 답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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