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을 다시 본다 (1)
을사늑약을 다시 본다 (1)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5.01.1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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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을미년은 을사늑약 110주년이다. 1905년 11월18일 오전 1시에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하였다. 이후 대한제국은 대외적으로 국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을사늑약 전말을 살펴보면 고종과 대신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나약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을사늑약은 11월2일부터 11월18일까지 16일 동안에 일어난 사건이다. 실제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산물이었다.

1904년 2월에 발발한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1905년 9월 미국 포츠머스에서 러시아는 일본과 굴욕적인 조약체결을 하였다.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한국은 물론 여순과 대련의 조차권과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까지 양도받았다.

이보다 두 달 앞선 7월에 미국과 일본은 ‘태프트 -가쓰라 밀약’을 맺었다. 이것은 일본의 조선 점령을 미국이 묵인하는 대신에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인정한다는 극비 極秘 협약으로 1924년에야 확인되었다. 그런데 일본과 비밀 거래를 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포츠머스 조약 주선의 공로로 1906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어서 8월12일에 일본은 영국과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하여 영국으로부터 대한제국의 지배를 보장받았다. 포츠머스 조약 체결 두 달이 되는 11월2일에 추밀원 의장 이토 히로부미(1841-1909)는 메이지 천황의 부름을 받았다. 천황은 이토를 특파대사 特派大使로 임명하고 친서를 가지고 서울에 가서 조약을 성사시키라고 명하였다.

11월8일 부산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는 11월 9일에 서울 손탁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11월10일(금) 오후 12시30분에 이토는 덕수궁 수옥헌에서 고종을 접견하였다. 그는 메이지 천황의 친서를 전달하였다.

친서의 핵심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이겨 평화를 회복하게 되었으나, 이를 더욱 항구히 하기 위하여 두 제국간의 결합을 한층 공고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접견은 30분 만에 끝났는데 이토는 고종에게 3-4일내에 다시 만나 줄 것을 요청하였다.

11월15일(수) 오후 3시 반에 이토는 덕수궁 내실에서 고종을 단독 면담하였다. 이토는 “동양평화를 영구히 유지하기 위하여 항상 화근이 되는 대한제국의 대외관계를 일본이 맡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면서 일본 정부가 만든 4개조의 조약안을 고종에게 내놓았다. 조약안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서울에 통감부를 둔다는 것이었다.

이에 고종은 거절의사를 명확하게 피력하지 못한 채, 정부 대신과 일반 백성들의 의향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우회적으로 거절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자 이토는 조약 체결을 거절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를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백성들의 의향이 왜 필요하냐고 계속 다그쳤다.

마지못하여 고종은 이 문제는 의정부 회의에서 토의 결정토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내각에 떠넘겼다. 그런데 이 날 고종이 내각과 상의하라고 한 발언은 이토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국제여론상 후유증이 클 ‘황제협박’보다는 ‘내각 대신 협박’이 오히려 이토 입장에서는 더 나았다.

이 날 고종과 이토와의 단독 면담은 무려 3시간 반이나 계속되었다. 11월16일 오후 4시에 이토는 정부대신과 원로대신들을 자신의 숙소인 손탁호텔로 불렀다. 고종이 내각과 상의하라고 했으므로 각료들을 직접 설득하고 위협하기 위해서였다.

이 날 참가한 각료는 참정대신 한규설, 내부대신 이지용, 법부대신 이하영,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군부대신 이근택, 탁지부 대신 민영기 등 7명이며, 참정대신을 지낸 심상훈이 원로대신 자격으로 참석했다. 외부대신 박제순은 일본 공사 하야시와 조약 문제를 협의하고 있어 불참하였다.

이 자리에서 이토가 동양평화 운운하며 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강권하였다. 이에 이완용은 ‘오늘의 동아 형세를 살펴볼 때에 이토의 제안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이토의 의견에 찬동하였다. 이로써 이완용은 이토의 마음에 들게 되고 이완용은 매국노로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서게 된다. 

* 을사늑약에 대한 전말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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