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은 예로부터 밤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한자로는 율곡(栗谷)이라고 불린다. 두암동과 산수동을 잇는 중간쯤에 마을 이름을 대표하는 율곡초등학교도 존재한다.
그런데 밤실마을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인권’을 소재로 인권씨앗 뿌리기 강좌를 시작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인권마을’로 거듭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인권마을로 가꾸고 있는 주민들은 광주 선덕사(주지 원묵스님)와 광주전남인드라망생명공동체(운영위원장 승묵스님)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인권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선덕사내에 위치한 광주·전남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는 지난해 5월 생명·평화라는 철학을 갖고 출범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가꾸고 있다.
처음으로 시작한 인권씨앗뿌리기 강좌가 끝나자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동안 지역 모니터링 마을 인권지도 만들기가 시작됐다. 관내 6개의 초·중학생(두암중, 산수초, 삼정초, 율곡초, 장원초, 충장중)들이 매주 모여 밤실마을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인권지도’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직접 곳곳을 살피면서 만들어낸 인권지도에는 빨간색으로 통행량 적음, 사각지대, 지저분한 환경, 유해시설, 주의시설, 가로등 없음을 표시했다.
안전한 장소는 녹색으로 공공시설, 지킴이집 등을 표시해 지역 어린이·청소년들이 쾌적한 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어 승묵스님은 “작은 것에서부터 인권을 찾는 일에 동참한 아이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찾고, 추운 날씨에 고생도 많이했다”며 “함께 하지 않았으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인권이라는 막연하고 생소한 주제지만 마을지도 만들기는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승묵스님은 장기적으로 어린이·청소년 인권에 관련된 전문 강사를 양성할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마을장터, 마을축제까지 계획할 예정라고 전했다.
광주·전남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인권지도 만들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오는 10, 11일은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마을 만들기에 관심있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인권지기 워크숍’을 마련했다.
여기에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인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24~25일 ‘밤실마을 어린이·청소년 인권캠프’를 마련했다. 12세 이상 청소년이라면 참가비 없이 무료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이렇듯 밤실마을의 인권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지역 어린이·청소년들의 인권 감수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함께 모여 마을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살고 있는 애향심이 커져가고 있다. 인권마을 만들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인권’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