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맞짱뜨는 게임이 아니다
역사는 맞짱뜨는 게임이 아니다
  • 이홍길 이홍길 광주전남민주동지회 상임대표
  • 승인 2011.11.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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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지난 11월 8일 ‘새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하여 역대정권과 이에 저항한 민주화 관련 주요내용을 전면 삭제토록 지시하였고, 이에 대하여 광주의 4‧19, 5‧18단체들과 범시민 단체들은 연석회의를 열어 집필기준 철회를 촉구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교과부는 11월 17일 검정기준을 발표하여 ‘5‧18 민주화운동에 있어 5‧18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실과 국내외 민주화운동에 미친 영향등을 권장하겠다’고 회시하여 집필기준의 효과를 갖출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행정당국의 고충을 양해하는 연석회의는 검정기준으로 집필기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긍정하여 범시민적 투쟁은 잠시 유보한 상태다.

그러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16일 “잘못된 집필기준은 검열이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역사왜곡과 정치편향 문제해결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하였다.

11월 19일자의 한겨레신문은 ‘교육과정 바꾸면 될 일을 왜 꼼수 부리나’라는 사설에서 “미봉책으로 내놓은 검정기준이란 게 실효성이 없는데다,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서 검정기준이 권장한다는 주요 사건에 대한 기술은 “100점 만점에 25점이 배정된 교육과정 준수항목의 여러 심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배점이 유명무실할 정도로 적어 “최고 규범에 해당하는 개정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하위기준인 검정기준으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같다. 그러므로 식민지 지배나 독재를 변명하거나 옹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모한 사람들이 강박증에 멋모르고 저지른 평지풍파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렇다면 훌훌 털고 교육과정을 바꾸면 될 일일 것인데, 개정 교육과정은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쓰도록 했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에 대한 기술을 삭제한 것으로 보면 평지풍파가 아니라 깐에는 집단사고를 통한 원모심려의 결과인 것 같다.

불란서 대혁명은 3세기도 훌쩍 넘는 세계사적 사실인데도 그 혁명 기념일에 대혁명을 야유하고 부정하는 귀족 후손들로 된 프랑스의 얼간이들이 있다고 한다.

신분 상실감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벌리는 소극은 차라리 귀여울 수도 있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 더욱이 민주공화국의 민주주의 투쟁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려는 짓을 한국판 얼간이들의 얼간이굿이라고 그냥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행태가 치밀하면서 가증하고 광범위하면서 조직적이다.

‘올인코리아’라는 유인물은 지만원이라는 해괴한 인물의 ‘5‧18이 논쟁무대 위로 올라왔다’는 잡소리를 싣고 있다. 개를 물어서 유명해지는 인사도 있을 법한 세상에 어느 한 개인의 잡소리는 그의 선택이지만 역사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범죄이다.

그는 “지금 국민이 알고 있는 5‧18역사는 북한이 황석영의 책을 통해 확산한 유언비어”라고 적반하장인데도 정부나 국방부가 이를 단죄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보면 게 놀음에 가재 관객들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애국진영이라고 자찬하면서 광주를 빨갱이 고장이요 반역의 고장이라고 목청을 돋우는데도 자유민주주의니까 방치해야 한다면, 진실과 정의는 어디에서 기식해야할지 그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

자유는 좋은 것. 그러나 수식어로 전락한 자유는 민주주의도 자유도 억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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