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성한 시골부자
서울 입성한 시골부자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08.29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혹 시골 부자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나지막한 슬레이트 지붕의 낡아 보이는 집 한 채와 텃밭 정도를 갖고 있고 평소 검소하게 산다. 신색이 좋아 뵈는 이들이 만약 평생 농사만 지은 농사꾼이라면 막 60대를 넘기면서 좋은 낯빛에다 유복하다는 평판 듣기 힘들다.

면 소재지에서 안정된 직업군(공직이나 농협과 같은)에 종사하다 은퇴했으며 부업으로 상가 하나를 운영해 온 이 시골 부자는 서울특별시에 다세대주택 한 채와 수도권과 광역시내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속살림을 들여다본다치면, 가장은 연금수령자이고 30살 나이가 꽉 찬 외아들에게 목돈이 두둑이 든 적금통장과 연금보험을 들어주었으며 시집간 딸 둘에게는 이미 적당액수도 나눠주었다. 서울 다세대주택에서는 다달이 일정액수의 월세가 들어오며 아파트 한 채는 전세로 주고 있다. 면소재지 상가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이만큼 부를 축적한데는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양주가 근면성실하게 살아온 결과라 여겨진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의 삶은 단조롭고 평온한 편이라 특별한 변고를 당하지 않는 한 저축액도 차곡차곡 늘어나기 마련이다.

노부부가 성장한 자녀들에게 목돈을 챙겨준 것은 대학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데 따른 보상차원으로 추측된다. 본인들의 학업성취도와 관련없이 이들의 자녀가 농촌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은 대도시 대학진학이 참 어려웠을 시절이다.

어찌됐건 이들 초로의 부부는 한가한 시골마을에서 손자들이 다니는 유치원 교육비가 얼마나 되더라 라는 별 쓸데없는 걱정 만들어 가는 외에는 무탈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놀라운 것은 제주도 빼놓고 서울에서 가장 먼 곳에 사는 남도땅 주민이 일찌감치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바로 그 안목이다. 5층짜리 다세대주택은 강남구 막 건너 건국대지하철 입구에서 몇분 걸리지 않는 곳에 자리해 강남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서초, 강남, 송파구 등에다 사두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곳은 엄두를 못낼 만큼 비싸 차선책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사실 전국에 분포되어 살고 있는 시골부자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서울의 주거지는 교통편이 가장 잘 연결된 지역이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노골화되고 부동산값이 자고일어나면 뛰던 시절, 자녀들의 서울 유학도 폭발적으로 증가되었다. 강남 서초터미널 근방에 첩첩이 둘러싸인 아파트는 시골부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어차피 한국 최고의 부자들과 재벌 회장들이 산다는 무슨 타워팰리스라든지 청담동 고급주택가는 입성하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가진 강남, 그중에서도 특히 터미널 근처 아파트는 전국 어디에서건 가장 가깝게 닿을 수 있고 그곳에서 뻗어가는 지하철과 같은 교통망이 좋으니 그곳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수요는 값을 올리고 터미널 옆은 선망의 주택지가 되었다. 그 결과 일찌감치 부동산에 눈이 떴던 시골부자도 탄생되었다. 애써 긍정적으로 보면 부의 분배가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인가?

지난 한달여 권력 쟁탈을 진짜 내용으로 한 서울특별시 급식관련 주민투표가 끝난 이 시점, 이후 닥쳐올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한창이다. 그중 제일 가관인 것은 이번 투표 후 강남남구(3구)와 강남북구가 갈라졌다는 일부 분석이다. 작은 한반도 그것도 반쪽으로 잘린 나라에다 그동안 동과 서의 갈등이 심했다.

최근 들어 수도권과 지역 문제도 심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따위의 분류까지 나온다니... 뿌리를 들쳐내 보면 서로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일진대, 기득권을 움켜쥔 세력들이 그만 미쳐가는구나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